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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이 안 되는 차를 만들자

입력
2024.07.28 22: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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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몇 해 전 수지 롯데몰에서 이마트로 운전하다 보니 도로가 아수라장이었다. 누군가 낮술을 먹고 운전하다가 차선을 넘나들며 차들과 연쇄 추돌해서 파편이 나뒹굴었다. 30분 전의 일이라는데 사실 나는 30분 일찍 지나갈 수도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차량이 2,600만 대 정도인데, 1973년 이후로 교통사고로 51년간 34만6,000명이 숨지고 1,400만 명이 다쳤다. 전쟁사상자도 아닌 이 수치가 믿어지는가? 웬만한 도시의 시민 모두가 죽고, 웬만한 나라의 국민 모두가 다친 것이다. 교통사고는 우리의 생활이자 운명이 돼 버렸다.

교통사고 중에 가장 가증스러운 경우가 음주운전 사고다. 2003년 3만1,200건에서, 지난해에는 1만3,000건이 되었다. 음주운전으로 지난해 159명이 숨지고 2만600명가량이 다쳤다.

지난해 김기현 의원이 "5년간 2회의 음주운전자는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해야 차를 운전할 수 있다"는 법안을 발의했고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실행된다.

이를 지켜보며 문득 "정작 완성차 제조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생각이 든다.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제조사는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될까?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보편화되었지만 과연 상식적이고 윤리적인 생각인가?

가령 어느 안주를 음주자가 먹으면 곁에 있는 사람을 때려죽이거나 다치게 할 수 있다고 하자. 이럴 확률이 음주자 1만 명당 1명이라고 하자.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안주는 전량 폐기되고 제조업체는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런데 음주운전자가 사람을 사상하게 한 자동차의 제조사에 대해서는 정부가 왜 조치를 하지 않을까? 이상하지 않는가? 왜 제조사는 처음부터 음주운전이 불가능한 '완전 상품'을 만들지 않을까? 누가 이런 '불완전 상품'을 판매해서 인명을 사상해도 어쩔 수 없다고 허락했을까?

음주운전이 불가능한 차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가? 내 생각에는 그렇지 않다. 음주측정기가 발명된 지 100년이 넘었고 제너럴모터스(GM)의 월면차가 달을 달린 것이 1971년이다. 차내의 공기를 잠시 밀봉하고 운전석에 앉은 이의 숨결을 분석하는 과정을 해내면 된다. 옛날에는 이것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가능하며 어쩌면 오래전부터 가능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현대기아차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BMW 아우디 포드 도요타 같은 브랜드는 때때로 뉴욕의 타임스스퀘어를 빛내는 '으리번쩍한' 제조사들이다. 이들은 정말 돈을 많이 벌었다. 많은 종사자와 협력사를 먹여 살리고 운전자에게 이동의 자유를 베풀었다. 소방차와 구급차도 만든다. 하지만 무기를 제외하고 이들이 만든 상품만큼 많은 사상자를 낸 상품이 인류사에 또 있는지 모르겠다.

법은 개인에 대해서는 도의적 책임을 철저하게 묻는다. 내 지인이 내 차를 빌려 가서 교통사고를 내면 나도 배상해야 한다. 음주 교통사고는 물론이다. 그렇다면 저 찬란한 브랜드의 제조사들은 이제는 음주운전이 원천적으로 안 되는 차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자율주행차가 나오면 음주운전이 문제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남을 다치지 않게 하는 자율주행차의 개발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자율주행차가 나와도 취한 채 손수 운전하는 모드를 기분 좋게 선택할 음주자는 많을 것이다. 자율주행차에 앞서서 음주운전이 불가능한 차를 만들어야 한다.


권기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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