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반입에 세관 공무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 수사팀장(경정)이 “용산이 괘씸하게 보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서장으로부터 들었다”고 폭로했다. 그제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서다. 그는 서울경찰청 경무관으로부터 ‘수사 브리핑에서 세관 직원들은 빼라’는 외압을 받았다고도 했다. 그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가벼이 덮고 갈 문제가 아니다.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 백해룡 경정은 청문회에서 지난해 9월 중순 수사 브리핑을 앞두고 당시 상관인 영등포경찰서장(총경)이 전화를 걸어 ‘이 사건을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용산에서 괘씸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로 이해했다”며 브리핑 연기 지시도 받았다고 밝혔다.
백 경정은 당시 서울청 생활안전부장이던 조병노 경무관이 며칠 뒤 전화해 “(브리핑에서) 세관 얘기 안 나오게 해주는 거냐. 관세청도 경찰도 국가기관인데 제 얼굴에 침 뱉기”라고 말했다고도 주장한다. 조 경무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내가 승진을 챙겨줬다’고 언급한 인물이다. 조 경무관은 이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당시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넘겨졌지만 인사혁신처는 ‘불문’을 결정하고 아무런 징계도 하지 않았다. 문제를 제기한 백 경정은 징계를 받고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조 청장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조 경무관에 대한 인사조치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답했다. 이유불문하고 수사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했으니 마땅한 얘기다. 하지만 인사조치만으로 덮고 갈 사안이 아니다. 실제 당초 예정보다 뒤늦게 열린 브리핑(작년 10월 10일)에서 세관과 관련된 내용은 모두 삭제됐다. 조 경무관은 도이치모터스 사건 핵심인물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백 경정에게 ‘용산’을 언급했다는 총경은 현재 대통령실에서 근무 중이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야당이 ‘제2의 채 상병 사건’ 운운하는 게 무리는 아니다. “마약과의 전쟁 국면에 악영향을 줄까봐 수사에 개입한 것”이라는 구체적인 의혹까지 제기한다. 떳떳하다면 대통령실과 여당이 먼저 나서서 도대체 누구의 지시로 이런 외압이 이뤄진 건지 낱낱이 진상 규명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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