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 할리우드는 진보 성향이 짙다.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스태프뿐만 아니다. 돈방석에 앉아 있는 스타 배우와 유명 감독, 제작자들이 왼쪽에 서 있는 경우도 많다. 1930~40년대 숱한 노동쟁의를 거치며 진보 의식을 형성했다는 의견이 있다.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 속에서 여러 영화인이 블랙리스트 피해를 본 점도 이유로 꼽힌다. 무엇보다 할리우드의 개방성을 들 수 있다. 세계 곳곳의 다양한 인재들을 빨아들이며 진화해온 할리우드는 진보적일 수밖에 없다는 거다.
□ 할리우드는 미국 민주당의 오랜 텃밭이다. 민주당 지지 목소리가 많이 나오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미 대선 민주당 후보에서 사퇴하는 과정에서 특히 그랬다. 유명 배우 조지 클루니는 바이든 대통령 유력 지지자였으나 지지 철회를 선언해 바이든에 타격을 줬다. 바이든의 사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유력 주자로 부상하자 클루니를 비롯해 로버트 드니로, 제이미 리 커티스 등 할리우드 별들이 지지를 쏟아내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 할리우드가 민주당 대선 주자들을 적극 지원해 왔다고 하나 해리스에게는 유별난 애정을 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공동 설립자이자 회장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해리스 선거 캠프에 700만 달러를 최근 기부했다. 헤이스팅스가 개별 정치인을 위해 낸 최고액이다. 그는 “암울한 (바이든의) TV토론 이후 우리는 게임을 다시 하게 됐다”며 거액을 쾌척한 이유를 밝혔다. 11월 열릴 대선에서 해리스라는 희망을 봤다는 의미다.
□ 해리스는 오래전부터 할리우드와 밀착 관계를 맺어왔다. 디즈니엔터테인먼트 공동 회장 대나 월든, 유명 감독 J. J. 에이브럼스 등 할리우드 유력 인사들과 친분이 깊다. 2014년 결혼한 남편 더그 엠호프를 해리스에게 소개시켜준 이는 레지널드 허들린 감독의 아내 크리셋이다. 엠호프가 엔터테인먼트 분야 변호사로 일하기도 했으니 해리스가 할리우드 인맥을 더 넓힐 수 있었을 거다. 해리스의 대선가도에 할리우드가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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