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국과 긴장 고조로 관계 악화 우려"
"러시아, 우크라 군사 지원 후보 낙선 원해"
중국·유럽도 미 대선 결과 예의주시
미국 정보 당국이 이란과 러시아가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선거 개입을 시도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란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낙선을, 러시아는 당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외에도 중국과 유럽 등 전 세계가 자국에 끼칠 영향을 우려해 미국 대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국가정보국(DNI)·연방수사국(FBI)·국토안보부는 이날 "이란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는 모습을 포착했다"며 "미국 내 사회적 불화와 미국 정치 기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미국 내 가자지구 종전 촉구 시위 조장"
정보 당국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란이 허위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가짜 온라인 계정과 선전기구로 구성된 거대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며 "심지어 일부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연결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에서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미국과 이스라엘 간 긴장을 악화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분석도 공개했다. 앞서 이달 초 애브릴 헤인스 DNI 국장은 "이란이 미국 내에서 친(親)팔레스타인 성향의 가자지구 종전 촉구 시위를 조장했고, 재정적 지원도 일부 제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WSJ에 따르면 정보당국은 이란의 목표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낙선이라고 명확히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2020년 선거 당시와 (이란의) 목표가 일치한다"며 "이란은 미국과 긴장이 고조돼 관계가 악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 사이버 해킹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에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중인 2018년 이란과 서방 간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복원하는 등 이란과 껄끄러운 관계였다.
이란 측은 즉각 의혹을 일축했다. 유엔 주재 이란대표부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이란은 미국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활동에도 관여하지 않는다"며 "(이번 의혹 제기는) 선거를 인위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심리 조작"이라고 반발했다.
"대선 개입 시도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
그러면서도 미 정보 당국은 대선 개입 시도와 관련한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라고 지목했다. 당국은 "러시아는 주로 미국 정부나 미디어 기관을 사칭하는 가짜 웹사이트를 만들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며 "이미 회사 두 곳은 제재를 받았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의 낙선이라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이에 미국 언론들은 "러시아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미 대선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 전 세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미 정보 당국은 "중국은 미 대선에 개입하려는 계획이 없는 것 같다"면서도 "하원 선거에서 중국의 핵심 이익에 위협이 되는 의원들의 낙선을 위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관세 폭탄' 때문에 미국과 '대서양 무역전쟁'을 벌였던 유럽연합(EU)도 트럼프 재선 가능성에 대비해 '2단계 무역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같은 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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