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 소유 땅 지목하며 연이어 '도발'
그린란드 총리·파나마 정부는 '일축'
해석 다양... "협상용" "농담 아닐 것"
NYT "美우선주의→영토 확장 성격"
"우리 땅은 영원히 판매 대상이 아닐 것이다."
북극해에 위치한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의 무테 에게데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내놓은 발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전날 '그린란드 매입' 의향을 밝히자, 단호히 거절한 것이다.
트럼프가 '눈독'을 들이는 타국 영토는 그린란드만이 아니다. 22일 그는 "파나마 운하의 반환을 요구하겠다"고도 했다. 파나마 정부 역시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캐나다를 향해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면 어떠냐"고 자극한 적도 있다. 주권 침해에 해당하는, 선을 넘는 발언을 연이어 내놓으며 다른 나라를 도발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하지만 적어도 트럼프 본인은 진심으로 꺼낸 말일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단순한 '농담'은 아니며, 따라서 향후 외교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린란드 또 노리는 트럼프, 왜?
트럼프가 타국 소유의 땅·운하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역시 미국 영토 시 경제·안보적 이득이 크다는 데 있다. 특히 그린란드에 대해선 집권 1기 때에도 매입 의향을 수차례 밝혔다.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으로, 원래 전체 면적의 약 80%를 얼음이 덮고 있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서 그 아래 매장돼 있는 원유와 희토류 금속 등에 대한 접근이 쉬워졌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으로부터 자원 개발 협력 구애가 쏟아지는 이유다. 게다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지정학적 요충지다. 유럽~북미를 잇는 최단 경로에 위치해 있어 미국이 탄도미사일 조기 경보 시스템을 운영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파나마 운하도 마찬가지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약 82㎞ 길이의 인공 수로로, 연간 약 1만4,000척의 선박이 통과한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미국 선박들이다. 원래는 미국이 운하를 관리하고 있었지만, 1977년 지미 카터 당시 미 대통령이 체결한 조약에 따라 1999년 파나마 정부에 운영권을 넘겼다. 트럼프가 당연하다는 듯 '환수'를 주장하는 배경이다.
협상용 수사? 영토 확장주의?
그러나 아무리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라 해도 다른 나라의 소유권을 강제로 빼앗는 건 불가능하다. 트럼프도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 비춰, 그의 도발은 협상용일 가능성이 크다. 그린란드 자원 개발권 확보, 파나마 운하 통행료 인하 등이 '진짜 목적'일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엄포만은 아닐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상업적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이고, 다른 나라 주권을 불가침 영역으로 여기지 않는 듯한 모습도 줄곧 보여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는 과거 식민지 시대처럼 타국 영토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는 '확장주의' 성격을 가진다"고 진단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고 '천재적'이라고 치켜세운 트럼프의 과거 언사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다만 상대국들이 응하지 않는 한, 트럼프가 택할 만한 합법적 수단은 딱히 없다. 워싱턴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셰리 굿맨 연구원은 "그린란드의 희토류 자원이 (중국에 의존 중인) 미국에는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고, 파나마 운하에 대한 영향력 확대도 미국 이익에 부합한다"면서도 "국제법과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NY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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