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예 암살 직후 통화에서 바이든 '격노'
"미 대통령 가볍게 여기지 말라" 경고도
이 총리실 "미국은 내정 간섭 말라" 성명
"미국 대통령을 우습게 보지 말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거친 말까지 써 가며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로는 가자지구 전쟁 휴전을 위해 애쓴다고 주장하면서, 행동으로는 협상 판을 깨는 공격을 퍼붓는 네타냐후 총리의 이중성에 바이든 대통령이 결국 폭발한 셈이다. 특히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사건이 두 정상 간 내재된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하니예 암살로 사그라진 휴전의 꿈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채널12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나에게 헛소리 좀 그만하라(Stop bullshitting me)"고 호통쳤다. "이스라엘이 휴전 협상을 진전시키고 있다"고 말하는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을 '헛소리'라고 일갈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경고까지 통화 말미에 남겼다고 매체는 전했다. 국가 정상들 간 대화에서는 보기 힘든 '날 선' 언급이었다.
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 발언에는 하니예 암살 사건으로 가자지구 전쟁 휴전 협상이 사실상 좌초된 데 대한 분노가 담겨 있다. 지난달 초만 해도 하마스가 협상 조건을 일부 완화하는 등 휴전 기대감이 커졌는데, 같은 달 31일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되자 이제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면전까지 우려해야 할 지경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1일 통화에서) 네타냐후가 바이든에게 '하니예 암살이 휴전 협상에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신뢰를 접고, 완전히 등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된 형국이다.
암살 엿새 전 두 정상 만났는데…
게다가 암살 작전이 미국 몰래 진행된 것도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불쾌할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달 25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1, 2주 내 휴전을 성사해 달라'고 당부했는데, 네타냐후 총리는 그 자리에서 암살 작전과 관련해 어떤 언질도 주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엿새 후 휴전 협상을 완전히 어그러뜨릴 작전을 수행할 속셈이면서도 이를 철저히 숨긴 셈이다.
NYT는 "암살 작전의 장소와 타이밍 모두 미국을 놀라게 했다"며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네타냐후가 진지하게 (휴전) 협상을 원하는지 의문을 품게 됐다"고 짚었다.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으로 자신의 부패 의혹에 대한 관심을 억누르면서 정치적 수명 연장을 꾀한다는 의심도 커지고 있다.
"텔아비브 시민들, 생필품 비축 중"
이스라엘 내에서도 '네타냐후 반대' 목소리는 커지는 모습이다. 미국 CNN방송은 이날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시민들이 '하니예 암살'에 기뻐한다기보다는 '이란의 보복'에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석방 가능성이 줄어든 데 대해 반발하는 반(反)정부 시위도 주말 내내 이어졌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강경일변도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을 태세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채널12 보도와 관련해 "미국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관련 논평을 하지 않는다"면서도 "이스라엘은 올해 11월 미국 대선 등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도 이스라엘 정치에 개입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쟁을 하든, 휴전 협상을 하든, 이스라엘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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