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연임용' 野 전대에 당원도 무관심
호남의 저조한 투표율 의미 새겨볼 필요
전대 후 배타성 버리고 다양성 확보해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막장 드라마는 재미라도 있으니 본다지만 결말이 뻔한 드라마를 누가 보겠나."
최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에게 막바지로 접어든 전당대회 상황을 물으니 돌아온 답이다. '막장 전대', '분당대회'라는 비아냥에도 흥행에 성공한 국민의힘 전대와 다르게 민주당 전대는 아예 '이재명 연임'이란 결말을 알리고 시작했는데 누가 관심을 갖겠느냐는 말이다. 정당의 가장 큰 축제인 전대가 당원에게마저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는 뜻) 행사로 전락했다는 자조가 배어 있었다.
혹자는 국민의힘 전대가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분위기로 시작해 결과도 그대로 나오지 않았냐고 반박할 것이다. 그러나 당내 헤게모니 싸움인 전대에서 한동훈은 주류인 윤석열 대통령에 맞선 언더독이었다. 더 이상 윤 대통령과 친윤으로는 거대 야당에 맞서기 어렵다고 판단한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층이 한동훈을 대표로 선출함으로써 변화를 택한 것이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보수 쇄신이란 성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문제다. 다만 국민의힘 전대는 한동훈이란 새 인물과 친윤과 차별화하는 노선을 통해 국민 관심을 견인하고 역동성을 회복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는 성공했다.
민주당 전대에선 변화와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으니 새로운 인물과 노선은 찾기 어렵다. 총선 승리를 이끈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지도부를 구성할 최고위원 후보 8명도 얼굴은 각양각색이지만 메시지는 명비어천가와 윤석열 탄핵 일색이다. 포장만 다를 뿐 내용물이 같으니 신중하게 고를 이유도 없다. 그러니 "왜 (김민석의) 표가 안 나오느냐"는 이 전 대표의 한마디에 최고위원 선거에서 4위였던 김민석 후보가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차기 지도부에서 4선 중진을 대표 옆에 앉혀 구색을 맞추려는 계획이지만, 국민의 눈에는 이재명 옆에 누가 앉아도 똑같을 것으로 보일 뿐이다.
민주당에 애정이 큰 호남 투표율이 다른 지역보다 낮은 것은 새겨봐야 할 징후다. 호남의 20%대 투표율은 충청, 영남, 인천에 미치지 못했다. 호남 경선을 거치며 90%를 넘었던 이 전 대표의 누적 득표율도 80%대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당원 중심 정당'을 내세워 전대에서 권리당원 투표 비중을 확대해줬지만, 권리당원 투표율은 2022년 전대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강성 당원을 제외한 다수 당원들이 팔짱을 낀 채 사보타주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문제는 전대 이후일 것이다. 이재명 2기 지도부가 1기 때의 배타성을 극복해 외연 확장에 나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이재명 2기 지도부가 완성되면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 대표가 최근 종합부동산세 개편·금융투자소득세 완화를 시사하고, 정책 멘토인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이 방송에서 "이재명은 뼛속까지 실용주의자"라고 밝힌 것에는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외연 확장의 취지가 담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 불평등이 심각하고 종부세 대상자가 40만 명으로 급감한 상황에서 감세와 추가 예산이 필요한 기본사회를 동시에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다. 실용주의가 명분과 원칙 없이 시류에 맞춰 표변한다면 포퓰리즘과 다를 바 없다.
때마침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에 민주당이 술렁이고 있다.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전대에 심드렁했던 것과 대조적인 반응이다. 김 전 지사의 복귀 시 이재명 1극 체제를 깨고 다양성을 보완할 구심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친이재명계의 견제가 공존하고 있다. 민주당 내 묘한 긴장감이 시사하는 바는 결코 작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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