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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대신 한강을 메워라

입력
2024.08.12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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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경제부장이 그것도 안 해?"

그래서 294만여 명 중의 1인이 됐다. 20여 년 전 화성 연쇄살인, 공장 난개발 취재차 머물렀던 인연이 전부인 지역의 집을 사겠다고 엉겁결에 클릭했다. 살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사적 욕망은 숨기고 분위기나 파악하자는 직업적 핑계를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남들 다 권하고, 다 하는데 뭐'라는 자문은 안온한 피난처였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분양가상한제의 도입 취지가 문재인 정부의 실책과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로 무너졌다는 후배의 분석 기사를 보고 부끄러웠다. '로또 청약' 광풍을 비판하면서 그 대열에 합류한 위선을 자책했다.

10년 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스위스를 방문한 뒤 정부가 내놓은 스위스식 도제학교 정책이 있다. 명문대 안 나와도 착실히 기술만 익히면 잘 살 수 있는 나라, 살인적 경쟁을 완화하는 대안, 우수 기술인력 양성을 통한 고용 확대 등 좋은 얘기는 죄다 갖다 붙였다. 대통령이 각별히 챙긴다며 국정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사석에서 여러 관료와 공무원에게 물었다. 강남에 집을 두고 세종을 오가는 학부모였다. "자녀에게 권할 건가요?" 일부는 웃으며 얼버무렸고 대부분은 '아버지의 무관심'을 내세워 "아내가 허하지 않을 것"이라는 투로 배우자에게 공을 넘겼다. 진지하게 자녀의 의사를 묻겠다는 답은 없었다. 제 자식에게조차 설명하지 않거나 권하지 못하는 정책이라니.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그들의 위선을 날것으로 보았다. 그 결과는 뻔했다.

'12년 만에 서울 그린벨트 해제'가 핵심인 '8·8 주택공급 대책'에서 다시 그들의 위선을 본다. "수요 있는 곳에 공급한다"는 그럴싸한 경제 논리에 "보존할 가치가 없는 땅만 골라 지정" "신혼부부 등 취약계층에 우선 공급" "10년이 아니라 6년 안에 가능" 등 반박 논리까지 탄탄하다.

정작 그간 지켜 왔고 앞으로 담아야 할 가치는 외면한다. 지역 균형 발전, 기후위기 대응, 환경 보존 같은 미래 가치 말이다. 미래 세대를 위한다면서 그들의 의견을 물었는지도 의문이다. 미래를 논하면서 구식 개발에 방점을 찍는 정책은 시대착오적이다. 한마디로 난센스다. 그린벨트를 훼손할 바엔 차라리 한강을 메워 강남과 강북의 경계를 없애라는 조롱을 허투루 들을 게 아니다.

서울 집값이, 그것도 강남 등만 급등하는 이유는 삼척동자도 안다. 그런데 반성도 없고 수요 억제책도 없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그린벨트를 헐어 만든 보금자리주택이 결국 집값도 못 잡고 개발이익 사유화, 국토균형발전 저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연구 결과(서울연구원)가 묻는다. 이번엔 누구 배를 불릴 것인지.

논란이 커지면 '그린벨트는 환경 보존에 효과가 없다'는 논리도 등장할 게다. 그린벨트의 별칭이 '수도권 허파'이니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맹그로브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맹그로브 면적 1위(전체의 25%) 인도네시아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하기 위해' 맹그로브를 밀어 만든 새우 양식장으로 세계 5위 새우 수출국이 됐다. 해수면 상승, 이상기후 등의 원인으로 맹그로브 파괴가 지목되자 다시 복원하고 있다. 2021년 특파원으로 파괴와 복원이 뒤섞인 현장에서 두루 만난 주민들 얘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파괴는 쉽고 복원은 어렵다. 그땐 몰랐다."


고찬유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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