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그제 심우정 법무부 차관을 신임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했다. 심 후보가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윤 정부 후반기 사정을 책임지게 된다. 권력형 비리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시기인 만큼 심 후보는 이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 김건희 여사 사건의 원칙적 처리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명품백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보다 엄정한 자세를 지켜야 땅에 떨어진 검찰 신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검찰 구성원들의 신망이 두텁다”며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심 후보자는 기획 부분에서 경력을 쌓아왔고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때 형사1부장으로 근무한 인연이 있다.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법무부 검찰국장일 땐 검찰과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측근이라 할 순 없어도, ‘윤심’ 검사로 볼 여지는 충분하다.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 징계를 강행할 때 법무부 기조실장으로 있던 심 후보자는 결재를 반대, 윤 대통령의 신임이 커졌다는 평도 나온다.
신임 검찰총장 후보가 대통령과의 인연이 강조되는 것은 반갑지 않은 일이다. 검찰 수사팀이 김 여사를 검찰로 소환하지 않고, 대통령실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휴대폰까지 반납하고 특혜성 조사를 한 후라 더욱 그렇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격노하고 진상조사를 지시했으나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심 후보자는 지명 직후 영부인 사건에 대해 “증거와 법리에 따라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구성원을 잘 이끌겠다”고 했다. 원론적 발언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성급하지만 미흡한 게 사실이다. 그는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것과 관련해선 “검찰 구성원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두둔했다.
지금 국민들은 검찰에 대해 권력에 굽히고 정치적으로 사건을 처리한다는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심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 심기보다 국민 심기를 살피는 총장이라야 신뢰를 되찾고 상처 입은 검찰 조직을 추스르며, 검찰 독립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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