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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명 변천사

입력
2024.08.14 17:3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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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 안내판에 부역명이 병기돼 있다. 서울교통공사 제공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 안내판에 부역명이 병기돼 있다. 서울교통공사 제공

올해 10월부터 서울지하철 강남역은 ‘강남(하루플란트치과의원)’, 여의나루역은 ‘여의나루(유진투자증권)’, 성수역은 ‘성수(CJ올리브영)’으로 역명이 병기된다. 서울교통공사가 최근 진행한 역명 병기 입찰에서 3곳이 부(副)역명을 받게 돼 시민들은 원하든 싫든 괄호 안에 들어간 상호를 일상에서 접하게 된 것이다. 하차역 안내방송에 포함되니 해당업체 등은 유동인구의 발길을 잡을 홍보효과를 만끽하고, 시민들은 지역정보 편의성에 일부 도움을 받는다. 공사 측도 수익구조 보완으로 모두 ‘윈윈’한다는 취지다.

□ 하루 10만 명 넘게 승차하는 강남역은 11억1,100만 원에 낙찰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신한카드가 병기 중인 을지로3가역(8억7,000만 원)을 뛰어넘었다. 입찰자격은 서울 시내 역 1㎞ 안에 위치하고 공익기관이나 학교·병원·백화점 등 공사의 이미지를 저해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된 대상에 주어진다. 낙찰받으면 3년간 계약 혜택을 누리고, 한 차례(3년) 연장할 수 있다.

□ 1984년 2호선 개통 직후에는 근처 대학교가 이름이 된 역들이 대거 등장했다. 명확한 기준이 없던 이즈음부터 대학들이 사활을 건 민원 전쟁을 벌이다시피 했다. 4호선 개통 때 총신대입구역이 대표적이다. 역에서 학교까지 버스로 10~15분은 걸리니 부적절하다는 반론이 제기됐고, 2000년 7호선이 개통되면서 총신대입구역보다 총신대에 더 가까운 남성역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4호선 이수역으로 바뀌었다가 법적 분쟁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 국제관광지로 서울의 대중교통 지명은 긍정적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 탄천과 양재천이 만나는 한강갈대밭 부근 옛지명을 대동여지도에서 찾아 순우리말로 풀어 쓴 게 3호선 학여울역이다. 동네 유래를 추가 발굴해 지어진 역 이름들이 적지 않다. 지역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만큼 주민 관심이 매우 높다. 서울시가 7호선 계획 당시 ‘살피재’역으로 발표했다가 반대에 부딪혀 상당기간 ‘숭실대입구’와 병기되다 결국 대학교 이름만 남은 경우도 있다. 도둑이나 강도가 출몰해 고개 넘을 때 살펴갔다는 지명 유래를 따랐지만 어감이 좋지 않다는 반발에 부딪힌 사례다. 갈등을 조정하며 서울의 멋을 살릴 창의적 종합행정은 그래서 늘 중요하다.

박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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