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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오지 마세요" 수험생 흔드는 의대생·의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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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오지 마세요" 수험생 흔드는 의대생·의사·교수

입력
2024.08.19 15:31
수정
2024.08.19 17:38
0 0

지방대 의대 교수 "학습 능력 떨어져"
"많은 교수 떠나… 잘 가르칠 자신 없다"
사직 전공의 "의대 더 생각해봐라"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다. 뉴스1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다. 뉴스1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8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 현직 의대 교수 등이 의대 진학을 꿈꾸는 수험생들에게 의대에 오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다.

19일 수험생 정보 공유 온라인 커뮤니티 '수만휘'에는 자신을 의대생, 의대 교수, 전공의라고 소개하는 누리꾼들의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대체로 의대 정원 확대나 의료계 단점을 부각하며 의대에 오지 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신을 지방 대학병원 교수라고 소개한 A씨는 지난 17일 이 커뮤니티에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부모·수험생분들께 전하고 싶은 글'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려 자신이 재직 중인 모교에 진학하지 말라고 권했다.

A씨는 이 글에서 "과거 의학전문대학원이 있을 당시 제 모교 의대 학부는 0.1~0.3% 정도 성적을 받아야 들어올 수 있었고, 아이들 또한 참 똘똘했다"며 "제 모교는 이번에 기존 정원의 60%가량 증원됐다. 지역인재전형이라는 역차별 제도로 80%가량의 신입생을 해당 지역에서만 뽑게끔 돼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현재 입학하고 있는 아이들도 상위권 수재라 부를 수 있지만, 몇 년 위 선배들과 비교하면 학습 능력이나 성적이 떨어진다"며 "원석을 갈고닦는 게 교육자 도리인데, 의료농단으로 벌써 많은 분의 교수들이 후학을 포기하고 떠났다"고 언급했다.

또 "객관적으로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현 정원보다 60% 더 들어왔을 때, 그 아이들을 하나하나 붙잡고 교육할 자신이 솔직하게 없다"며 "제 모교에선 제대로 된 의학 교육과 전문가 양성이 더 이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제 모교 입학은 피하라. 타 지방대학 속사정도 다르지 않을 거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모교를 비롯해 지방 의대에 진학하지 말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자신을 사직 전공의이자 현재 백수라고 소개한 B씨는 "나는 의사라는 직업을 더 이어가지 못할 것 같다. 국민에게 이미 저는 악마고 용서받지 못할 '의새'이고,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인데 이 업을 이어가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자신이 다시 의사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의새란 '의사 새O'를 줄인 말로 몰상식한 의사를 가리키는 멸칭이다. B씨는 글 말미에 "의대 오는 걸 정말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시라"라고 의대 진학 재고를 요청했다.

전날엔 의대생이라는 C씨가 "25학번들은 합격 후 바로 현실을 자각하고 같이 누우면(항의하면) 된다. 와서 같이 항의해서 바꾸면 되니 걱정 말고 의대에 지원하라"라는 글을 남겼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하는 일도 있었다.

의대 수험 정보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등에서는 의대를 지망하는 수험생의 바람과 무관하게 아예 내년도 의대생 모집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반발로 수업을 거부한 의대생이 2학기 수업까지 거부해 전원 유급할 경우, 새로운 학생을 증원한 숫자를 뽑아 동시에 2배 이상의 학생을 가르칠 여력이 대학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게시물들로 인해 수능을 앞두고 수험생들 사이에선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의대, 수의대 진학을 꿈꾸는 한 누리꾼은 "요즘 의대생들이 왜 고3들에게 의대에 절대 오지 말라고 하는 거냐"고 묻기도 했고, 또 다른 누리꾼도 "의대 꿈꾸는 학생들이 의대를 버리고 수의대나 다른 곳을 선택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다들 의대 쓰지 말라고들 하는 게 의대가 모집 정지된다든가 하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라는 목적인 거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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