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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공직 제한' '독도 부정 내란죄'... 과잉 입법 아닌가

입력
2024.08.22 00:1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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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준(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박찬대 원내대표. 뉴스1

진성준(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박찬대 원내대표.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친일·반민족 행위를 옹호하는 이들의 공직 임명을 제한하고 독도 영유권을 부정하는 발언을 처벌하는 입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역사 왜곡을 처벌하기 위한 입법 시도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으나, 그때마다 위헌 논란에 부딪혀 폐기됐다. 광복절 전후 불거진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 역사관에 대한 비판에 편승하기에 앞서 과잉 입법이나 위헌 등의 여부를 면밀히 따져보는 것이 입법 주도권을 쥔 민주당의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그제 "윤석열 정권에 정말 중요한 건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인 것 같다"며 "나라를 지키고 국토 수호를 위한 입법을 하겠다"고 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독도 영유권 부정에 대해 "내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과거사 언급이 사라진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식민사관·뉴라이트 논란 인사들의 정부 역사·교육기관장 기용 등 최근 잇따른 윤 정부의 친일 논란을 겨냥해 역사 논쟁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한일관계가 논란이 될 때마다 역사 왜곡 발언을 처벌하려는 입법 시도들은 있었다. 그러나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좌초된 전례를 민주당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공론장에서 해결해야 할 역사 왜곡 문제를 사법 영역으로 가져올 경우, 그 과정에서 국론 분열 등의 소모적 갈등은 불가피하다. 민주당의 입법 추진 배경에 광복절을 계기로 분출하고 있는 정부 비판 여론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민주당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과거사는 묻어두자'는 식의 윤 정부 인사들의 인식과 이에 따른 대일외교 결과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 관계와 친일·반민족 행위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인기영합식 입법을 추진해 정치 공세 소재로 삼으려 한다면 곤란하다. 민주당은 최근 윤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에 대해 "국론 분열을 조장한다"고 반발했다. 역사 왜곡 처벌 입법에 대해서도 친일 프레임을 통한 또 다른 편가르기가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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