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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李 회담, TV생중계로 기싸움할 만큼 한가한가

입력
2024.08.23 00:1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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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당시 비상대책위원장)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당시 비상대책위원장)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여야 대표 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이 어제까지 TV 생중계를 둘러싼 기싸움으로 사흘째 진행되지 않았다. 생중계를 제안한 국민의힘은 여야가 현안에 어떤 생각을 갖고 논의에 임하는지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보여주기 식 이벤트로 그칠 것을 우려하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민생고와 극심한 대치 정국에 지친 민심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양측이 이처럼 한가하게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

TV 생중계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한 대표 측은 지난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에게 공개 정책 대화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들어 민주당이 생중계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한다. 당시 이 대표는 "비공개로 만나 노력하는 척만 보여주는 것에 반대한다"며 공개 회담을 제안했으나, 김 대표가 이를 거절하면서 불발됐다. 회담 전부터 이 대표의 말 바꾸기를 부각하며 생중계에 부정적인 민주당에 역공을 펴는 모양새다.

현시점에 톱다운 방식의 여야 대표 회담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새로 출범한 여야 지도부가 오랜 대치를 끊어내고 민생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선거 때처럼 국민에게 누가 옳고 그른지, 누가 토론 실력이 좋은지를 보여주려는 게 아니다. 한 대표의 생중계 제안에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에서도 "대선 토론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여야 대표회담은 상대를 제압하는 자리가 아니다. 서로 다른 가치관과 견해를 가진 정당 대표들이 협상을 통해 결과물을 만드는 자리다. 성과 도출을 위해선 각 당이 서로 양보해야 할 것이 있고 그 과정에서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비공개 자리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한 상호 신뢰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상대를 불신하면서 회담을 생중계하자는 것은 협상보다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그런 이유로 이번 회담은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고 볼 수 있다.

공교롭게 이 대표가 코로나 양성 반응으로 오는 25일 예정된 회담 순연이 불가피해지면서 시간을 번 셈이다. 양측이 생중계를 둘러싼 소모적 공방을 접고 의제 설정을 위한 실무협상과 성과 도출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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