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 치카노 모라토리엄
미국인에게 베트남전쟁의 끔찍함은 제2차 세계대전에 견주면 좀 더 선명해진다. 2차 대전 미군은 보병 기준 4년 동안 평균 40일의 전투를 겪은 반면 베트남전 군인은 1년에만 평균 240일 전투를 치렀다. 1956~75년 사이 미군 250만 명이 그 전쟁에 투입돼 5만8,214명이 전사했다. 부상자까지 포함하면 희생자는 10명 중 1명꼴이었다. 평균 연령은 만 21세(2차 대전 만 26세)였다.
베트남전쟁은 흔히 미국이 치른 모든 전쟁을 통틀어 평균 학력이 가장 높은 병사들이 치른 전쟁이라 불린다. 정치인 존 매케인과 엘 고어, 페덱스 창립자 프레더릭 스미스, 영화 ‘플래툰’의 감독 올리버 스톤이 베트남전쟁 베테랑이다.
하지만 1960년대 중반 전황이 격렬해지면서 미국 정부는 징집 기준을 대폭 낮춰 저학력 노동계층과 소수인종을 편파적으로 징집했다. 1965년 기준 미국 인구의 11%를 점하던 흑인의 베트남전 전사자 비율은 12.4%였고, 주로 전쟁 중후반에 집중됐다. 마틴 루서 킹과 맬컴 엑스 존 루이스, 무하마드 알리 등이 반전과 별개로 전쟁의 인종차별에 항거한 게 저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히스패닉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인구 기준 약 4%를 점하던 히스패닉계는 전체 전사자 비율에서는 0.6%로 비교적 적었지만, 1966년 이후 집중된 징병-전사의 체감효과는 흑인 못지않았다.
1970년 8월 29일, 멕시코계 미국인 2만여 명이 로스앤젤레스 도심 거리를 행진하며 저 차별에 항의했다. LA 경찰이 라구나(Laguna) 공원에 집결한 평화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3명이 숨졌다. 당시 멕시코계 공동체의 대변자로 통하던 LA타임스 기자 루벤 살라자르(Ruben Salazar)도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사태 이후 치카노 공동체는 더욱 결속했고, 현재 공원 이름은 루벤 F. 살라자르 공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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