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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으로 48년을 감옥에서 보낸 사연

입력
2024.12.19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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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글린 시먼스- 1

미국 사법 역사상 최장기간인 48년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글린 시먼스가 2023년 12월 석방 직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미국 사법 역사상 최장기간인 48년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글린 시먼스가 2023년 12월 석방 직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강도살인 혐의로 무려 48년을 복역한 70세 미국인 글린 시먼스(Glynn Rau Simmons)가 2023년 12월 19일, 법원 재심 판결에 따라 보석으로 석방됐다. 1975년 그를 기소한 검찰의 증거 조작 및 은닉 사실이 드러난 결과였다.

사건은 74년 12월 30일 오클라호마주 에드먼드의 한 주류판매점에서 일어났다. 두 명의 무장강도는 전화기를 들던 30세 여성 점원을 쏜 뒤 18세 손님에게도 총을 발사했다. 점원은 숨졌고 손님은 부상만 입고 살아남았다.

이듬해 2월 오클라호마시티 외곽에서 남성 두 명의 시신이 발견됐고, 경찰은 이내 범인을 체포해 자백을 받아냈다. 하지만 주류점 강도 사건과의 유사성에 주목한 경찰은 공범을 찾기 위해 살인범의 행적을 추적, 그가 그해 1월 한 파티에 참석한 사실을 알아냈다. 루이지애나 하비(Harvey)에서 일자리를 찾아 갓 이주한 만 22세 흑인 시먼스의 이모가 연 파티였다. 경찰은 파티 참석자들을 나란히 세워두고 주류점 사건 증인(손님)으로 하여금 범인을 식별하도록 했다. 그는 시먼스와 21세 청년 돈 로버츠를 주류점 강도로 지목했다.

검찰은 식별절차 다음 날 증인이 번복한 진술, 즉 범인의 키와 몸집이 시먼스와 다르다는 말과 사건 당일 고향에서 시먼스와 함께 지냈다는 친구들의 알리바이 진술을 묵살했다. 둘은 75년 7월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연방대법원의 사형제 위헌 판결(1972)에 이은 주 대법원 판결 덕에 종신형으로 감형됐다.

시먼스는 감옥에서도 결백을 주장하며 줄기차게 구제신청을 냈지만 번번이 거부당했다. 반면에 운명에 순응했던 로버츠는 2008년 가석방됐다. 그러던 끝에 시먼스의 변호인단이 2023년 증언 조작-은닉 사실을 마침내 확인, 법원에 구제신청을 냈다. 그해 7월 법원은 기존 판결을 취소하고 새 재판을 명령했다.(계속)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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