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살생 없이 개고기 먹는 방법은 없다

입력
2024.08.28 04:30
27면
0 0

생태계

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서울의 한 보신탕 전문점. 뉴시스

서울의 한 보신탕 전문점. 뉴시스

몇 년 전 일이다. 고객 상담을 위해 회의실로 향하는데 복도에 치킨 냄새가 진동했다. 비서에게 물어보니 민원인이 아침부터 맞은편 회의실을 점거한 뒤 점심때 치킨을 배달 주문해 먹었다고 했다. 일단 황당함은 뒤로하고, 민원인과 이야기를 해 봤다. 알고 보니 민원인은 민사소송의 상대방인데, 자신이 주장하는 돈을 주기 전까지는 못 나가겠다고 우겼다. 말이 통하지 않아 결국 경찰을 불렀다.

20분 정도가 지났을까, 경찰이 출동하였고 나는 "저분이 업무방해죄와 퇴거불응죄를 저지르고 있으니 내보내 주세요"라고 했다. 그러자 경찰은 "저분 이야기도 들어봐야죠. 돈 줄 생각은 없어요?"라고 천진난만하게 물어왔다. 나는 다시 한번 황당한 마음을 추스르며 "잘 아시다시피 사적 구제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돈을 지급하는 것과 관계없이 위법한 상태는 해소해야죠. 제가 저분을 직접 현행범 체포하거나 고소해야 할까요?"라고 말했고, 그제야 경찰은 민원인을 쫓아냈다.

이번 복날은 조용히 지나가나 했는데 개 도살과 관련하여 위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6월 경기 화성시에서 개 도살 현장이 적발됐다. 해당 도살장은 이에 대한 수사를 받으면서도 계속 개 도살을 했고, 동물 단체는 7월에 개 도살 현장을 적발해 신고했다. 그런데 출동한 경찰은 “식용개를 도살하지 않으면 그걸 어떻게 식용하죠?”라고 하며 오히려 도살장을 두둔했다.

동물단체는 “2018년, 2020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개 도살 행위는 동물보호법 제10조 제1항 위반”이라고 설명했지만, 경찰은 이를 믿지 않았다. 이후 경찰은 화성시 동물보호 팀장에게 해당 행위가 동물 학대임을 확인받고 도살장의 동의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그리고 현장에는 개의 사체가 다수 널려 있었다. 어쩌면 경찰이 진입을 망설이는 동안 살아있는 개가 목숨을 잃었을지도, 일부 사체가 정리됐을지도 모른다.

개를 안 죽이고 개고기를 먹는 방법은 없다. 법원은 개를 죽이는 일반적인 방법(타살, 교살, 전살법)이 동물 학대라고 판결했다. 따라서 개고기를 만드는 행위 자체가 동물보호법 위반이다. 위 사건의 경우, 경찰은 도살장에 즉시 들어가 올가미나 전기봉 등 도살 도구, 그리고 학대 흔적이 남아있는 사체를 확보해야 했다. 6년 전 대법원 판결 이후 다수의 동물 학대 판결이 누적됐다. 아무쪼록 일선 경찰에서도 조금 더 동물 학대 범죄에 관심을 가지고 수사에 적극 반영해 주기를 바랄 따름이다.


한재언 변호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