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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건전재정 옳아도 ‘허리띠’만 졸라매는 건 문제다

입력
2024.08.28 00:1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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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2025년도 예산안 심의·의결을 위해 열린 제37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2025년도 예산안 심의·의결을 위해 열린 제37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정부가 총지출 677조4,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어제 공개했다. 이날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예산안은 정기국회에 제출돼 감액 심의 후 최종 확정된다. 예산안 총지출액은 올해보다 20조8,000억 원 늘어난 것이며, 증가율로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올해 2.8%보다는 높은 3.2%이지만, 내년 경제성장률 예측치 4.5%보다도 낮은 고강도 ‘긴축재정’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대신 필요한 곳에 더 많은 예산을 돌리도록 24조 원 규모의 지출구조조정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전재정을 내세워 씀씀이만 줄이는 긴축예산을 고수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정부는 총수입 예산을 올해보다 6.5% 증가하는 데 그친 651조8,000억 원 규모로 편성해 정부가 추구하는 건전재정이 ‘덜 걷고 덜 쓰는’ 방식임을 재확인했다. 일례로 내년 지출이 20조8,000억 원 늘었다고는 해도 인건비 등 의무지출 증가액만 18조2,000억 원에 달해 재량지출 예산은 불과 2조6,000억 원(0.8%) 증가한 데 그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즉각 내수활성화 등에 필요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외면한 “부자감세, 민생 외면, 미래 포기가 반영된 예산안”이라는 비판을 제기한 배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지난 정부는 5년 동안 400조 원 이상의 국가채무를 늘렸다"며 "재정 부담이 크게 늘면서 정부가 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정부가 지금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방식’으로만 건전재정을 추구하는 건 문제가 있다. 꼭 필요하다면 그만큼 세수를 늘려 필요한 만큼 쓰면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3년간 각종 세금감면 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스스로 재정 확충의 여지를 봉쇄해 버렸다. 물론 국민 입장에선 세금을 덜 걷을수록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감세에 함몰돼 경기 회복, 복지 확대, 미래 대비 투자 등 재정의 역할을 방기하는 건 ‘돈 풀기’ 포퓰리즘 못지않게 위험할 수 있다. 지금은 ‘감세는 보수, 증세는 진보’ 같은 고루한 진영논리를 고집할 때가 아니다. 본예산이 안 된다면, 필요한 재정 역할을 위해 '부자감세' 축소나 증세 방안 등을 강구할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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