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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보다 괜찮은 한국 정치

입력
2024.08.30 16:00
수정
2024.09.02 10: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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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 의회 정치의 위기 상황을 분석한 'It's even worse than It looks' 표지

미국 의회 정치의 위기 상황을 분석한 'It's even worse than It looks' 표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It's even worse than it looks).”

2012년 미국 식자층에 큰 반향을 일으킨 책이다. 워싱턴 유명 싱크탱크의 토마스 만(브루킹스)과 노먼 오른스타인(미국기업연구소·AEI)이 썼다. 핵심 메시지는 제목대로다. 미국 정치시스템 특히 대의정치 시스템이 작동불능 상태에 돌입했다고 주장한다. 출판과 동시에 이코노미스트와 미 의회 전문지 힐(Hill) 등에서 극찬이 쏟아졌다.

□만과 오른스타인은 워싱턴 정가에서 민주·공화당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는 공정한 인물로 꼽힌다. 둘은 2012년 전후로 미 의회에서 벌어졌던 황당한 일들을 소개한 뒤, 의회가 완전히 ‘쓸모없을’ 정도로 약화됐다고 한탄한다. 의회의 기능 상실을 민주·공화 양당의 극단적 대립 때문이라고 분석한 뒤, 정치적으로 무난한 ‘양비론’을 거부하고 용감한 결론을 내린다. 대부분의 책임은 △교조적 성향의 극단적 우파 집단에 포획되고 △의회의 오랜 전통과 합의 정신을 무시하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과학적 사실도 무시하는 공화당에 있다고 지적한다.

□2012년 제기됐던 문제는 해결됐을까. 워싱턴포스트(WP)의 유진 디온 칼럼니스트는 "오히려 심해졌다"고 말한다. 트럼프를 거치면서, 극단 세력에 더 맹종하고 선거 결과를 되돌리려는 반헌법적 폭력사태까지 경험했기 때문이다. 디온은 기후변화 이슈 등에서 전향적 자세를 보이지 않는 공화당 행태를 꼬집은 뒤, 저자들이 개정판을 낸다면 ‘가장 최악(Worsest)으로 나쁘다’가 제목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습관적으로 '헬 조선'이라 욕하지만, 외국을 갔다 오면 한국이 괜찮은 사회라는 데 많은 이가 동의한다. 정치도 그렇다. 민생 법안이 처리되고, 대통령과 야당 대표 일방 독주에 내부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수사 검사에 대한 억지 탄핵이 기각되고, 여야 당대표들이 만나 중도층 민심을 잡기 위해 경쟁한다. 국민 눈높이엔 부족하지만 미국보다 후한 점수를 줄 수도 있겠다. 대다수 시민이 선동보다 팩트를 믿고, 사안별로 유연하고 비판적 입장을 지킨 덕분이리라. 우리 정치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건 아닐까.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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