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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분수령이 될 기시다 퇴장

입력
2024.08.29 17:3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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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3월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3월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르면 다음 주쯤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을 한 달 앞둔 가운데 그동안 쌓은 한일관계 복원 성과를 다지며 피날레를 장식하려는 것 같다. 두 사람은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외교’를 궤도에 올려놨다. 하지만 기시다는 만성적 지지율 저조에 내달 27일 자민당 총재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임기 만료일인 9월 30일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 기시다는 외무장관 시절 ‘한일 위안부 합의’(2015년)를 끌어낸 주역이다. 이때 아베 신조 당시 총리를 설득한 것도 기시다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합의가 유명무실화하면서 그가 아베 측에 고개를 들 수 없게 됐다. 긴장관계를 극복한 건 두 사람의 오랜 우정이 있어 가능했다. 선대 후광으로 함께 중의원이 된 초선 동기인데다, 술을 못하는 아베 옆에서 늘 ‘흑기사’를 자처한 게 기시다였다. 정치스타일은 판이했다. 아베가 저돌적 실행력에 정치감각이 탁월했다면, 기시다는 합리적 판단과 토론을 중시했다.

□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다수당 총재가 바로 총리가 된다. 기시다의 포기로 총재 선거에 후보가 10명 넘게 난립했다. 의원투표가 결정적 영향을 끼쳐 대중적 인기나 여론과 별개라는 인상이 강하다. 보통은 파벌 간 이해관계로 정리된다. 다만 지금 일본정계는 형식적인 파벌 해체 후 혼돈상태라 누가 될지 예단하기 힘들다.

□ 일본 총리는 한일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고도성장기 ‘밤의 쇼군’으로 불린 다나카 전 총리의 마지막 수제자인 이시바 시게루, 고이즈미 전 총리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선친이 위안부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로 한국인에게 익숙하지만 본인의 정치행보는 정반대인 아들 고노 다로 등 4명이 유력후보다. 누가 되든 ‘인위적인’ 한일관계 개선에 일본의 기대치는 더 올라갈 것이다. "물컵의 반은 이제 일본이 채워야 한다"던 한국 외교장관의 발언을 두고 최근 사석에서 만난 주한 고위 일본 인사는 “애초에 컵 자체가 없었다”고 일축했다. 강제동원 해법,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처 등 한국의 선택에 반대여론이 훨씬 높았다는 점을 우리 정부와 일본의 새 내각 모두 명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박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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