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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혐오 위원장, 인권위 미래가 걱정이다

입력
2024.09.07 00:10
수정
2024.09.07 01: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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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이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자진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이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자진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임명을 재가했다. 국회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장관급 인사를 임명한 건 이날 같이 임명된 김용현 국방부 장관까지 29명째가 됐다. 안 위원장의 임명 강행이 특히 걱정스러운 건 굽히지 않는 소신이 본인이 이끌고 가야 할 인권위의 가치와 정면충돌하고 있어서다.

안 위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단지 인권 감수성이 떨어지는 정도를 넘어 반인권적이기까지 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공산주의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고, 에이즈나 항문암 같은 질병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이런저런 부작용을 우려로 법 제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는 있다 쳐도, ‘공산주의 혁명’ ‘에이즈’ 등의 극단적 주장을 펴는 건 황당하기 짝이 없다. 독실한 기독교인일지라도 성소수자 등에 대한 강한 혐오를 여과 없이 노출한 건 용납하기 어렵다. 게다가 차별금지법은 인권위가 2006년부터 줄곧 제정을 시도해온 법 아닌가. ‘진화론의 가능성은 제로(0)’라던 기존 주장의 되풀이 또한 장관이 되겠다는 인사가 청문회에서 할 소리는 아니었다.

공안검사 출신인 안 위원장은 법률가로서도 소수자 인권 보호와는 거리가 멀었다. 헌법재판관 재직 당시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도입 등에 반대하는 입장에 섰다. 오죽했으면 보수 진영에서까지 꼭 이런 인물을 인권위원장 자리에 앉혀야 하느냐는 지적이 빗발쳤겠는가.

그렇잖아도 인권위는 현 정부 들어 역주행을 거듭해왔다. 지난해 10월 임명된 이충상 상임위원은 “게이(동성애자)들은 기저귀를 차고 다닌다”고, 이태원 참사를 두고는 “피해자들이 부주의한 탓”이라고 막말을 했다. 역시 현 정부에서 임명된 김용원 상임위원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을 “기레기”, 인권시민단체를 “인권장사치”라 했다. 그나마 전임 송두환 위원장이 제동을 걸어왔는데, 이제 안 위원장까지 가세하면 폭주에 더욱 가속이 붙지 않을까 걱정이다.

구속력 없는 권고 기능밖에 없는 인권위가 지금껏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도덕적 권위 덕분이었을 것이다. 스스로 인권을 외면하는 인권위에 그런 권위가 설 리 없다.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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