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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일상 쟁취"…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집회, 금요일 밤 보신각에 1000명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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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일상 쟁취"… '딥페이크 성범죄' 규탄 집회, 금요일 밤 보신각에 1000명 모였다

입력
2024.09.06 21:13
수정
2024.09.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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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144개 단체 공동 주최 집회 후 행진
"국가, 구조적 성차별 본질 외면 말라"
딥페이크 피해자·시민 나서 연대 발언

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여성·인권·시민단체 회원들이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대응 긴급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여성·인권·시민단체 회원들이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대응 긴급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내 사진, 내 일상, 내 온라인 공간, 모두 나의 것!"

6일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성폭력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최근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허위 성착취물을 무분별하게 제작·유포하는 성범죄를 규탄하며 정부와 플랫폼 사업자들의 적극 대응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는 144개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딥페이크성범죄아웃공동행동은 집회 후 약 2㎞를 행진했다. 금요일 저녁인데도 전국에서 1,000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해 뜻을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딥페이크 성착취는 구조적 범죄라고 외쳤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딥페이크 전에 소라넷, 웹하드 카르텔, 대학 단톡방 성폭력, n번방이 있었다"며 "정부는 디지털 성폭력을 국정과제로 설정했으면서 여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예산 142억 원을 감축했다. 국가는 구조적 성차별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것을 성찰해야 한다"고 외쳤다.

피해자·시민 함께 손잡고 연대

6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열린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대응 긴급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주최로 열린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대응 긴급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성범죄 피해경험을 용기 있게 공유해 연대를 표한 이도 있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속 도겸 활동가는 2018년 한양대에서 일어난 이른바 '지인 능욕' 딥페이크 피해자 중 한 명이라고 밝힌 A씨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A씨는 "인간관계 내 모든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한 가해자가 건실한 사람으로 우리 사회에 스며들어있다는 게 화가 났고, 죗값을 물기 위해 공론화에 힘썼다"며 "그러나 재판에서 가해자가 사용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형법상 음란물에 해당이 안 된다는 이유로 무죄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강력한 처벌을 통해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며 "더 나은 여성들의 삶을 위해 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딥페이크와 신상을 텔레그램에서 발견했다는 한 피해자도 입장문을 통해 "지인이 가해자이거나 유포자일지 몰라 불안하지만 이 세상을 보란 듯이 살아낼 것"이라며 "절대 여러분(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니 함께 가해자를 잡자"고 전했다.

보다 나은 성교육에 대한 촉구도 나왔다. 이명화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 상임대표는 "청소년 성교육 상담과 성문화 활동을 20년 넘게 했는데, 딥페이크 범죄 피·가해자의 70%가 10대라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무거웠다"면서도 "여성가족부 예산 삭감으로 갈수록 성평등 교육 환경은 열악해지고 있다. 주입식이 아닌 다양한 체험, 토론형 성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성평등 교육기본법을 만들라고 요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 역시 발걸음을 멈추고 '불안과 두려움이 아닌 일상을 쟁취하자'는 팻말을 들었다. 종로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박모(47)씨는 "딥페이크 성범죄는 예전부터 반복된 고질적인 문제"라며 "같은 뜻에서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퇴근하던 중 들렀다"고 말했다. 서울 대안학교 중등반 학우 10여 명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모(14)양은 "뉴스로 딥페이크 범죄를 접하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며 "n번방 사건처럼 많은 가해자들이 처벌을 받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친구들과 함께 지켜보러 왔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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