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안 돼 직원도 없이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인 '나 홀로 사장'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작년 동기 대비 6만여 명 줄어든 430만여 명까지 감소했다. 인건비를 줄이려고 직원들을 해고하다 결국 나 홀로 사장이 됐지만 이후 상황이 더 나빠져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다는 얘기다. '나 홀로 사장'이 12개월 연속 감소한 건 5년여 만이다. 전체 자영업자도 574만여 명으로 7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처럼 서민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정부의 인식은 안이하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견조한 수출 제조업 중심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에 다시 방점을 찍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한 뒤 정부의 경기 전망은 장밋빛뿐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 다르고 국민 체감과도 동떨어져 있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 등 해외 투자은행들은 물론 공공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 잡을 정도로 내수 부진은 심각한 상태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도 30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만 낙관론을 펴니 공감할 수 있겠나.
윤 대통령과 정부의 낙관론은 주로 수출 통계가 근거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수출액은 579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1.4% 증가, 8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수출 호조는 반길 일이지만 수혜자가 대기업에 국한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관건인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사는 게 힘들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고용 지표도 고령층 일자리 증가분을 빼면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통계 착시에 속지 말고 물가부터 잡으면서 밑바닥 경기를 더 살피라는 게 추석 상차림에 지친 국민들의 한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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