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아산·삼성서울병원 등 세 자릿수 채용
PA간호사 늘면서 일반 간호 인력 충원 수요 발생
"간호법 시행 앞두고 체계적 인력 양성 고민해야"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대형 병원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잠정 보류됐던 내년도 신규 간호사 채용이 속속 시작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과 맞물려 간호사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장기적으로 간호 인력 수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간호계는 진료지원(PA) 간호사 합법화에 따른 업무 지침 구체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23일 대한간호협회 등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약 10곳이 신규 간호사 채용을 진행한다. 내년 2월 간호대 졸업자 및 간호면허 취득 예정자, 기졸업자 및 간호면허 소지자 등이 대상이다. 의료 공백 사태로 진료 건수와 병상 가동률이 줄어 지난해 선발된 신규 간호사 발령이 미뤄지고 내년 채용 시장도 얼어붙는 등 구직난을 겪었던 간호계는 걱정을 다소 덜게 됐다.
서울대병원은 이미 150명을 뽑는다는 공고를 냈다. 원서 접수 기간은 다음 달 4일까지다. 삼성서울병원도 내달 2일까지 원서를 받은 뒤 세 자릿수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 역시 곧 세 자릿수 규모로 채용 공고를 내기로 했고, 서울성모병원은 구체적인 일정과 인원을 논의 중이다. 채용 여부를 검토 중인 세브란스병원까지 결정을 내릴 경우 5대 상급종합병원(빅5) 모두 신규 간호사를 뽑게 된다.
그 외 건국대병원, 고려대구로병원, 고려대안암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이화여대목동병원 등 주요 대형 병원들도 신규 간호사 선발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경영 실적이 개선된 건 아니지만 상급종합병원으로서 간호 인력 적체를 해소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고 향후 인력 계획도 수립해야 하기 때문에 채용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 이탈로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하는 PA간호사 역할이 커지면서 숙련된 간호사들이 PA간호사로 대거 전환돼 일반 간호 인력 충원 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설명한다. 수도권 대형 병원 간호 관계자는 "전문성을 쌓은 경력자들이 진료지원 업무에 더 많이 투입되면서 기존 병동 업무 빈자리를 메울 신규 간호사가 필요해졌다"며 "새로운 인력이 수혈돼야 체계적인 인력 양성과 숙련도에 맞는 업무 분담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간호법이 내년 6월 시행되면 PA간호사를 비롯해 간호사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간호계도 PA간호사가 전공의 대체재는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며 간호법 시행에 대비해 간호 인력 수급 및 양성 체계화, 업무 범위 설정 등에 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분당서울대병원 노동조합 관계자는 "신규 간호사 채용 결정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나중에 전공의가 돌아오면 간호사와 일부 업무 영역이 겹칠 수 있고 자칫 간호사들이 소모품처럼 버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며 "전공의와 PA간호사가 각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업무 지침을 마련하고 체계적인 인력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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