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수 창업에 대한 회의론이 회자되고 있다. 성과 부재, 경영 미숙 등을 지적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교수 창업은 과보다는 공이 훨씬 많다. 장려해야 할 제도이다.
필자가 종사하는 제약·바이오 분야를 예로 들어보겠다. 먼저 국내 기업들의 신약 개발 현황을 보자. 2023년 기준 우리 제약기업들이 연간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의약을 개발한 적은 없다. 올해에는 2,000억원대 의약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기존에 알려진 의약 2개를 혼합하여 만든 '똘똘한' 제품으로서 신약으로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기술이전 사례들은 몇 건 있으나, 기술을 도입한 글로벌 제약사가 임상 3상을 실시한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중단 혹은 반환되었다.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 혹은 소위 퍼스트인클라스(First-in-Class) 의약 개발에 도전하는 제약사는 매우 드물다. 상용화까지 십수년이 걸리고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데 실패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은 이런 데서 나온다.
대학 연구자들은 신기술과 최신 트렌드를 거의 실시간으로 도입하여 개량하는 능력을 가졌다. '판'만 잘 깔아주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판'이 바로 창업과 기술특례 제도이다.
CRISPR로 알려진 유전자가위 기술은 서울대 교수 김진수가 창업하여 추진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에게는 언감생심의 기술이었다. 포항대 성영철이 세운 제넥신은 DNA 백신을 통해 시행착오를 거쳐 다양한 유무형 자산을 축적하였다. 그 중 자궁암 치료제는 주목할만 하다. 이외에도 항체기술을 도입하여 약효와 사용 편의성이 개선된 의약을 개발하여 시장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필자가 세운 회사도,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여 2개 대형 질환에 대해 각각 미국과 중국에서 임상 3상을 실시했고, 그 중 하나가 크게 성공했다. 중국 파트너사는 대형 GMP 공장을 지었고, 중국 시장에서의 연간 매출 목표는 1조 5,000억원이다.
위 경우 모두 세계 최초 혹은 세계 최고에 준하는 성과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기술과 제품들이 다른 질환들과 여러 제품의 개발에 확대 적용될 수 있는 '플랫폼' 성격을 가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이 창업할 당시인 20여년 전에는 전문가들조차 허황되다고 생각한 기술들이다.
지금도 새로운 항체기술, 지놈정보, 마이크로바이옴, AI 활용 등 첨단기술의 상용화는 교수 창업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교수 창업 실패론은 왜 부상하였을까? 간단히 정리하면 개발 장기화, 수차례의 유상증자, 창업자 지분의 감소와 주가 하락이 겹치면서 회사를 타의로 떠나는 1세대 바이오 창업자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회사를 인수한 새로운 경영진은 과학적 이해도가 낮아 적절한 사업전략을 세우기 어렵고 심지어 창업자의 성과를 애써 지우는 경우도 있다. 천신만고 끝에 신기술·신제품의 효능을 과학적, 임상적으로 증명하여 이제야 시장확장을 위한 개발과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는데, 오히려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기도 한다.
교수 창업을 장려하고 지원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대학에는 우수 인력이 집중되어 있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교수들은 선진국의 혁신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창업을 통해 상용화 기술을 개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대기업은 이를 도입해 개발의 완결성을 높이고, 벤처기업은 기술이전 대금을 받아 또 다른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여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창업자 교수는 재무적 보상과 함께 대학 연구실로 돌아가 다른 연구를 시작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일상화된 개발의 선순환 구조이다.
바이오 분야에서의 스타트업은 크게 2개 경로로 생긴다. 교수 창업과 직장인이 다니던 회사를 떠나 창업하는 경우이다. 이 둘은 우리 산업에 모두 필요하지만 그 역할은 다르다. 직장인이 세운 회사는 현재 실정에 맞춰 기술과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교수들이 창업한 회사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첨단 신기술 혹은 신개념 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아는 대형 블록버스터 의약은 거의 모두 이런 노력에서 나왔다. 즉 교수 창업은 고위험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는 우리 제약사들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훌륭한 중간자이다.
교수 창업의 문제점은 성과 부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대기업도 피하는 프로젝트에 과감히 도전하며, 실패도 했지만 수많은 장애물을 극복하여 성과도 냈다. 이들의 소위 '경영미숙'은 전인미답의 길에서 벌어진 자연스런 시행착오 성격이 크다. 우리 정부와 산업계가 이들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자산으로 활용하면 후발 주자들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신약 개발의 메카인 미국의 경우가 그렇다. 교수 창업은 장려되야 하고, 문제가 있다면 개선책을 찾는 것이 국가와 산업에 이익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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