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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넷플릭스 영화 ‘무도실무관’은 전자발찌를 착용한 범죄자들을 24시간 감시하고 위험상황 시 범죄자를 제압하는 무도실무관 얘기를 다룬다. 처음 들어봤다는 이들이 상당수일 만큼 대중에게 많이 낯선 직업이다. 영화에서 무도실무관 이정도 역을 맡은 김우빈조차 “부끄럽게도 이번 작품을 하며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을 정도다.
□무도실무관은 영화에서처럼 보호관찰관과 2인 1조로 활동하는 법무부 소속 무기계약직 공무직이다. 공무원인 보호관찰관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이다. 인원이 많지 않다. 현재 전국에 165명이다. 지난해 기준 전자발찌 착용자가 4,188명이니 무도실무관 1명이 25명을 담당하는 셈이다. 영화 속 이정도는 태권도, 검도, 유도 각 3단씩 도합 9단의 유단자다. 실제 무도실무자의 자격요건도 무도(태권도, 유도, 검도, 합기도) 단일종목 3단 이상이다. 학력, 경력 등은 따지지 않는다.
□영화처럼 위험한 액션을 하는 일이 잦은 건 아니다. 최근 채용 공고를 낸 대전보호관찰소 담당자는 “사후적 처리보다는 사전예방에 중점을 둔다”면서도 “긴장된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지는 않다”고 했다. 노동 강도나 위험 노출에 비해 처우는 열악하다. 3교대 근무에 월급은 야근수당 등을 포함해 세전 280만 원 수준이다. 그래도 채용 경쟁률은 늘 20~30 대 1에 달한다고 한다. ‘나는 전자발찌를 채우는 사람입니다’라는 책을 낸 현직 무도실무관 안병헌씨는 방송에서 “어려운 처우에도 범죄예방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 연휴에 영화를 본 뒤 참모들에게 추천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MZ세대의 공익을 위한 헌신을 상기시키는 영화”라고 극찬하며 “이런 헌신적 모습을 젊은 세대들이 많이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무도실무관들에게 큰 힘이 되는 격려였을 것이다. 하지만 MZ에게 이 말이 와닿으려면 헌신적 노력을 하는 이들을 국가가 제대로 챙기고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정작 해병대 채 상병처럼 억울한 죽음이 닥치면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면서, 공익을 위한 헌신을 강조하는 건 공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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