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물리학상과 화학상이 나란히 인공지능(AI) 분야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최근 산업 및 일상생활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는 AI의 중요성을 공인한 것이라 하겠다. 노벨과학상 수상자 발표 시기마다 돌아보게 되는 한국의 허약한 기초과학 토대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AI 분야의 지원 및 부작용 대응까지 짚어볼 점이 많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토대를 만든 존 홉필드(91)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77)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또 새로운 종류의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낸 데이비드 베이커(62) 미 워싱턴대 교수, AI를 이용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프로그램 ‘알파폴드’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48)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39) 수석연구원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5명의 수상자 중 생화학자 베이커 교수를 제외한 4명이 AI 분야 연구자이다.
홉필드, 힌턴 교수의 연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들의 창의성을 지원한 풍토가 부럽기만 하다. 한국 과학계는 지난해 연구·개발(R&D) 예산의 대폭 삭감으로 고통 받았고, 단기성과 압박과 인재 유출도 심하다. 지난해 인도와 이스라엘에 이어 ‘AI 인재 순유출 세계 3위’였다. “한국이 G2(미국·중국)와의 AI 격차를 따라잡을 길은 ‘기초연구 강화’뿐”이라는 힌턴 교수의 조언은 원론적이지만, 유일한 정답이다. 그는 “캐나다는 호기심 중심의 기초연구를 잘 지원해 많은 AI 인재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 제도적 측면에서도 한국은 AI의 긍정적인 부분은 위축되고, 부정적인 현상만 판을 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로펌의 AI법률상담은 기존의 직역이기주의 때문에 중단됐고,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는 세계 1위이니 말이다. “인류가 이 기술을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쓰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노벨위원회), “이 기술이 가져올 나쁜 결과들, AI가 우리의 통제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힌턴 교수)는 지적은 당면한 과제가 됐다. 이번 노벨상 소식은 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 강화, 꼼꼼한 제도적 보완이라는 굵직한 숙제를 한국 사회에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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