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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구글, 한국에선 웃는다

입력
2024.10.1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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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사이먼 칸 구글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총괄 부사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음악광장에서 열린 '구글 포 코리아 2024' 행사에서 한국과의 파트너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사이먼 칸 구글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총괄 부사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음악광장에서 열린 '구글 포 코리아 2024' 행사에서 한국과의 파트너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구글이 이뤄낸 승리의 순간은 퇴색됐다."

이달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3명이나 배출하며 인공지능(AI) 기술의 영향력을 입증한 구글의 소식을 전하면서 이렇게 평가했다. 미국의 반(反)독점 당국이 노벨상 수상자 발표 직전 구글의 온라인 검색 시장 독점 문제 해소를 위해 사업 일부를 매각하도록 연방 법원 재판부에 제안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구글은 안방 미국에서 위기다. 검색 엔진과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쟁사를 방해하거나, 안드로이드폰의 앱 마켓과 자사 결제 시스템 사용을 강제하며 사업을 부당하게 확장했다는 이유로 각종 반독점 소송에 얽혀 있다.

무엇보다 과거 첨단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우선하며 빅테크에 관대했던 미국 규제 기관들의 태도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자국 빅테크의 성장을 가로막으면 안 되지만 잘못(시장 교란 의심 행위)까지 무조건 감쌀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다. 물론 막강한 로펌과 법무팀을 거느린 '법잘알'(법을 잘 아는) 구글이 항소하면 결론까지 수년이 걸리겠지만.

구글은 유럽에서도 위기다. 미국 빅테크에 밀려 자국 플랫폼이 없다시피한 유럽연합(EU)이 똘똘 뭉쳐 빅테크를 견제하고 있다. EU가 올해 3월부터 전면 시행한 디지털시장법(DMA)의 집중 감시 대상이 유럽의 검색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한 구글이다. 구글은 EU의 과징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항소 전략을 쓰지만 동시에 EU의 눈치도 살핀다. DMA 시행에 맞춰 안드로이드폰에서 자사 검색엔진을 기본 설정하는 대신 이용자가 선택하도록 정책을 바꿨다.

한국에서 구글은 여유로운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구글이 자사의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2년 전부터 인앱결제강제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으로 금지한 최초의 국가다. 하지만 구글은 이런 법을 비웃듯 방송통신위원회가 마련한 시행령의 빈틈을 파고들어 무력화했다. 제3자 결제 방식도 인앱결제 수수료와 큰 차이가 없게 만든 것. 이에 방통위가 지난해 10월 구글의 전기통신사업법(인앱결제강제금지법) 위반 행위에 47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재안을 마련했으나 '식물 방통위'에서 의결이 1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야 위원들이 이달 7, 8일 국정감사장으로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을 불러 야단치는 장면은 블랙코미디 같았다. 야당은 방통위원장 탄핵 쳇바퀴를 돌리느라 바쁘고, 여당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구글을 제물 삼았다. 방통위가 정상화돼야 구글을 제재할 텐데 여야의 목적이 다르니 엇박이 날 수밖에.

똑똑한 구글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왜 한국에서 엄청난 돈을 벌면서 세금은 제대로 안 내는지, 유튜브가 어마어마하게 트래픽을 잡아먹는데 통신사에 망 이용 대가를 안 주는지 등 꼬리를 무는 질문에 "구글코리아는 잘 모른다"는 답만 반복했다. 구글의 한국 지사인 구글코리아는 (권한이 없거나 혹은 알아도 책임 있는 답을 할 수 없어서) 모른다는 논리다.

한국 정부의 세금이나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여러 부처와 법정에서 다투며 국내법을 줄줄 꿰는 구글의 '잘 모른다'는 태도는 무성의하다. 이런 구글을 상대하려면 정부와 국회가 더 냉정하고 똑똑해져야 한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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