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이사장 "급여 지출 예상보다 줄어"
"현 상황 지속된다면 재정 시나리오 악화"
야당 "국민들이 병원 안 가 지출 준 것" 반박
심평원장은 "의대생 7500명 교육 불가능"
의료공백 사태가 8개월째 이어지며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2조 원가량을 지출한 가운데,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이 "건강보험 재정엔 이상 없다"며 위기설을 부인했다. 다만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4년 후로 예측되고 있는 건보 재정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정 이사장은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비상진료체계 지원으로 인한 지출이 있었지만 건보 재정엔 문제가 없다"며 "공단은 본래 업무인 취약층 보호와 보장성 강화에 쉼 없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건강보험 급여 지출이 줄어든 점을 재정 충격을 완화하는 주요인으로 꼽았다.
야당은 정부의 정책 실패로 건강보험 재정 고갈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책이 잘됐으면 돈이 2조 원이나 나갈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국회 예산정책처 시나리오상으론 올해부터 건보가 적자가 되고 2028년에 준비금이 소진되는데, 의료 대란으로 인해 시나리오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지출이 줄어든 건 국민들이 병원에 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반박도 나왔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이 치료를 못 받을까 병원에 가길 주저해 공단 재정이 절약된 것"이라고 했고, 이개호 민주당 의원도 "공단의 지출이 적다는 건 그만큼 진료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이사장은 건강보험 재정 낭비 지적에는 "현 상황에서 가입자인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지출"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국민들의 병원 이용 감소가 공단 지출 절감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에는 "절약이 일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당장은 건강보험 재정에 문제가 없더라도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재정이 전망보다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도 동의했다. 정 이사장은 의료공백 상황이 언제쯤 끝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국감에는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원장도 출석했는데, 강 원장과 정 이사장은 모두 의사 출신인데도 의료공백 현안에 결이 다른 답변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재학생 수업 거부와 내년 신입생 증원으로 의대 교육이 파행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강 원장은 "(재학생과 신입생을 합한) 7,500명을 교육하기란 실습(수업)과 이론(수업) 모두 불가능하다"고 답한 반면, 정 이사장은 "(의대 1, 2학년은) 예과이기 때문에 7,500명도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의대생의 집단적 휴학 신청에는 "휴학은 개인의 권리", 교육부가 언급한 의대 교육과정 단축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각각 밝혔지만, 정 이사장은 두 사안에 모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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