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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몸을 바꿔 주는 기계가 발명된다면… SNS 시대 욕망이란

입력
2024.10.19 14:00
수정
2024.11.01 10:4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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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왓츠 인사이드'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친구의 결혼식을 앞두고 절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파티를 연다. 즐겁던 파티는 어느 순간 악몽으로 변한다. 넷플릭스 제공

친구의 결혼식을 앞두고 절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파티를 연다. 즐겁던 파티는 어느 순간 악몽으로 변한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바로 보기 | 청소년관람불가

친구가 결혼한다. 셸비(브리터니 오그레이디)와 사이러스(제임스 모로시니) 커플은 루벤(데본 티렐)의 결혼 전날 파티에 참석한다. 흥청망청 놀기 위해 절친 7명이 모인다. 고교와 대학을 거치며 우정을 다져온 사이들이다. 루벤은 조금 놀랄 발표를 한다. 오래전부터 연락이 끊긴 포브스(데이비드 톰슨)를 초대했다는 거다. 사이러스 등은 포브스와 불편한 관계다. 괴짜인 포브스가 대학을 퇴학하는 과정에 연루돼 있어서다. 하지만 포브스가 정보통신 분야에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루벤의 말을 듣고 일행은 조금 안심한다.

①옛 친구가 들고 온 이상한 기계

친구들과 한동안 연락이 끊겨 지내던 포브스는 파티에 기이한 기계를 가져오고 색다른 게임을 제안한다. 넷플릭스 제공

친구들과 한동안 연락이 끊겨 지내던 포브스는 파티에 기이한 기계를 가져오고 색다른 게임을 제안한다. 넷플릭스 제공

포브스는 뒤늦게 나타난다. 큼지막한 가방을 들고서다. 그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게임을 제안한다. 자신의 회사가 최근 개발한 기계를 활용해 보자면서. 가방에서 꺼낸 기계는 기이하다. 기계와 연결된 센서를 각자 관자놀이에 붙이고, 포브스가 기계를 작동시키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포브스의 기계는 사람들끼리 몸과 정신을 바꿀 수 있다. 루벤의 몸에 사이러스가 들어가거나 셸비가 늘 동경했던 인플루언서 친구 니키(앨리샤 뎁넘-커리)의 몸을 가질 수 있는 식이다. 친구들은 각자 몸속에 누가 들어갔는지 맞추는 게임을 하며 즐거워한다. 첨단기술이 활용됐을 뿐 노는 방식은 특별하지 않다.

②내가 다른 사람 몸을 가질 수 있다면

사이러스(왼쪽)와 셸비는 파티 참여자들 중 유일하게 연인 사이다. 둘은 관계가 예전 같지 않아 고민이다. 넷플릭스 제공

사이러스(왼쪽)와 셸비는 파티 참여자들 중 유일하게 연인 사이다. 둘은 관계가 예전 같지 않아 고민이다. 넷플릭스 제공

누가 누구 몸속에 들어갔나 알아보는 게임에 그칠 리 없다. 가면보다 더 자신을 완벽하게 감출 수 있는 수단을 얻었으니 갖은 욕망들이 피어오른다. 예전부터 연심을 품고 있던 이성에게 슬쩍 다가가 고백을 해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인 척 연인의 속마음을 떠보기도 한다.

장난스레 시작했던 일은 조금씩 위태로운 게임으로 변해간다. 생각지도 못한 ‘참사’가 일어나면서 파티는 아귀다툼의 지옥으로 돌변한다. 만일 누군가 자신의 몸으로 돌아갈 마음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③SNS시대에 대한 우화

겉모습만 봐서는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완벽하게 자신을 숨길 수 있게 되자 각자의 욕망이 드러난다. 넷플릭스 제공

겉모습만 봐서는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완벽하게 자신을 숨길 수 있게 되자 각자의 욕망이 드러난다. 넷플릭스 제공

영화는 SNS시대에 대한 우화 같다. 누구나 SNS를 통해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고,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조작해 낼 수 있으니까. 도입부 친구들끼리 SNS로 근황을 주고받는 모습, 셸비가 니키의 계정을 들여다보며 니키 같은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장면 등은 상징적이다.

반전이 몇 번 있다. 친구들 중 누군가는 그들이 알던 그 사람이 아니다. 권태기에 빠진 연인 셸비와 사이러스의 사연으로 채워지는 결말부도 예상치 못했던 재미를 준다. 기발한 발상을 바탕으로 큰돈 들이지 않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음을 스스로 웅변하는 영화다.

뷰+포인트

그레그 자딘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자딘 감독은 제작과 각본, 편집까지 도맡았다. 제작비는 230만 달러(약 31억 원)에 불과하다. 한국 영화계에서도 중저예산에 속하는 금액이다. 영화는 예산의 한계를 아이디어로 돌파한다. SF 요소가 강함에도 특수효과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들 사이 갈등을 만들어 내며 재미를 빚어내려 한다. 인종문제 등 정치적 올바름을 슬쩍 끼워 넣으며 흥미를 돋우기도 한다. 딱히 유명하다 할 배우들이 출연하지는 않으나 다들 1인 다역을 제법 잘 소화해낸다. 지난 1월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소개됐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79%, 시청자 71%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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