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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법치

입력
2024.10.17 16:00
수정
2024.10.17 18:3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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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 뒤편은 유병호 감사위원. 뉴시스

최재해 감사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법사위원장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 뒤편은 유병호 감사위원. 뉴시스

“(무속인의 개입이) 왜 위법인지 모르겠습니다. (관저를) 어디로 갈 거냐는 (대통령실이) 재량권을 갖는 거 아닙니까.” 15일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이 “관저 선정 과정에서 무속인 개입 여부는 왜 감사 대상에서 제외했느냐, 의혹의 절반을 빼놓고 감사가 진행됐다”고 몰아붙이자, 최재해 감사원장의 답변이다. 무속인이 대통령 관저 위치 선정에 관여했는지 여부가 호기심 대상이 될지 모르나,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며 예리한 법 감각을 보여줬다.

□최 감사원장의 예리함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의혹의 핵심인 김건희 여사가 대표였던 코바나컨텐츠 후원사 ‘21그램’이 관저 인테리어를 맡게 된 배경을 감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키포인트가 아니다”라고 답해 탄식이 쏟아졌다. 또 감사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한 건도 진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자료 협조가 잘 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는데, 9월 공개된 감사 결과는 “누가 업체를 추천했는지, 담당자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 확인 못 했다”였다.

□대통령실 비서관의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을 그대로 믿고 감사를 멈출 정도로 감사원은 허술할까. 국감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의 디지털 포렌식 사용은 현 정부 들어 3배 넘게 급증했다. PC 휴대전화 USB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은 공무원의 경우 거부하면 해당 기기를 봉인해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 있어 감사원이 자주 사용하는 최종병기다. 그런 무기를, 대통령실을 향해서는 꺼내지도 못한 것이다. 이렇게 ‘맹탕 감사’의 실상이 속속 드러나는데도, 최 원장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 이유가 뭘까.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는 “농부의 개가 거지를 쫓을 수 있는 것은 개가 사람보다 낫기 때문이 아니라, 개 뒤에 농부가 있기 때문”이라는 대사가 있다고 한다. 최 감사원장의 법 감각이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이유는 뒤에 자신을 지켜줄 누군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선택적 법치’가 감사원에서만 벌어지는 것일까.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법조인이 대통령인 정권에서 반복되는 일이라, 지켜보는 마음이 더 무겁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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