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밥상 물가 상승률이 가파르다. 올해는 폭염까지 더해 농작물 작황이 나빠져 흔한 나물조차 장바구니에 담기 부담스럽다. 시금치 한 단 1만 원, 배추 한 포기 2만 원 등 만 원권 한 장으론 한 끼 해결도 쉽지 않다. 외식물가 상승으로 식당 가기가 망설여지자 최근 급식 시장은 활황이다.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급식은 가격이 안정적이면서 전문가의 손길로 식단이 짜여져 영양소 균형도 잘 갖췄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공공 급식, 그중에서도 무상 급식은 상황이 다르다. 어린이 무상 급식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2021년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최저 급식비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고 지원금도 늘려 하루 급식비가 평균 9,000원에 이르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르신 급식은 열악하다. 노인 급식 단가 인상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고 지원 단가는 아동급식비의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지원 대상이 55세까지 넓어지면서 한정된 예산으로 감당해야 할 식수 인원 규모가 늘었다. 급식의 질 저하가 심각해 최소한의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기에도 제약이 있다.
21대 국회에서 경로당 급식지원 확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최저 단가 등을 핵심으로 한 노인복지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22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관련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천신만고 끝에 법이 통과한다 해도 당장 어르신들 식사 질이 좋아질지는 의문이다. 경로당에서는 인건비 감당이 어려워 무상 급식을 위한 운영 인력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르신 급식은 자원봉사자가 있어야만 운영이 가능하다.
사실 빠듯한 예산 범위 안에서 어르신들 식사 문제를 해결하는 건 쉽지 않다. 안전하고 좋은 질의 식재료를 공수하고 영양소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렵다. 영양소를 챙기기는커녕 식중독 등 식품 안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한계 속에서 최근 지자체들이 어르신 무료 식사를 지원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건 눈여겨볼 만하다. 몇몇 지자체의 실험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눈길을 끈다. 경북도는 경북광역자활센터와 연계해 도내 경로당에 어르신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대형 시설 운영을 통해 도시락을 만들면서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경북도는 끼니당 3,000원의 운영 예산 중 2,000원을 식재비 구입에 사용한다. 덕분에 양질의 식재료를 마련해 풍성한 밥상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지역자활센터는 자활 사업을 하며 지역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고 어르신들은 좋은 식사를 제공받아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어르신에게 편리하고 질 높은 식사도 제공하는 경북 지역자활센터 사업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면 풍요로운 복지사회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