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만난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 후 4주 만에 성사된 만남이다. 윤-한 면담에 앞서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20% 초반대(한국갤럽 기준)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10·16 재보선에서 텃밭을 지켰다. 결국 당정쇄신을 내세워 선거에서 패배하지 않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민심 전달’ 성격의 담판을 벌이는 자리다. 윤 대통령이 당 요구를 수용할 경우 그 내용과 수위에 따라 중요한 정국 전환점이 될 기대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회담 형식부터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 건 실망스러운 대목이다. 두 사람 간 격의 없는 실질적 대화로 신뢰를 쌓을 독대 형식은 거부됐다.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하는 ‘면담’으로 명명된 데다 늦은 오후 차담으로 식사 일정조차 안 잡았다. 그러니 한 대표에게 서운해하는 윤 대통령이 감정적 앙금을 숨기지 않았다는 해석도 무리가 아니다.
만남의 형식을 떠나 두 사람은 오늘 면담에 정권의 명운이 걸렸다는 각오로 국민이 반길 성과를 내놔야 한다. 한 대표의 ‘3대 요구사항’을 윤 대통령이 열린 자세로 논의하는 전향적 대화가 절실하다. 한 대표도 면담이 자기정치나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한 것으로 평가받아선 안 된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대통령과의 신뢰가 없다면 건강한 당정 관계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면담의 성패는 대통령의 민심 수습책 수용여부에 달려 있는 게 사실이다. 한 대표는 지난주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쇄신, 김 여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규명 협조 등을 제시했다. 상당 부분 국민적 공감을 얻는 내용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갤럽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김 여사의 공개활동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67%, ‘김건희 특검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63%였다.
그럼에도 ‘윤-한 면담’이 빈손으로 끝난다면 그 실망감은 국민적 분노로 옮겨갈 것이다. 국민은 결과물을 보고 대통령의 민심수습 의지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 친한계 일각에선 대통령 결단이 없으면 김건희 특검법의 여당 이탈표가 더 늘어날 것이란 경고를 하고 있다. 의정갈등 책임자 교체든 민생해법이든, 두 사람은 민심의 분노를 달래고 정국을 반전시킬 특단의 성과를 내놓기 바란다. 집권 반환점을 앞에 두고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여권은 공멸 수준의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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