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강원도 설악산과 북부 산간 지역에 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린다. 견디기 힘들었던 폭염이 이제 막 지났는데 벌써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곳이 생겼다. 계절이 급격하게 겨울로 치닫는 느낌이다. 철 바뀜의 경계도 과거와 달리 모호해졌고, 특히 봄과 가을이 점점 줄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러나 새순이 돋아 꽃이 피고, 여름 동안 열매를 키워 가을까지 익어가는 순서를 거스를 수는 없는 일이다.
요즘 공원이나 산에 가면 나무 열매를 많이 볼 수 있다. 산사나무와 덜꿩나무, 가막살나무 열매가 단풍보다 붉게 익고 있고, 피라칸다와 미국낙상홍, 좀작살나무와 남천 같은 정원수 열매들도 예년 못지않게 풍성하게 열려서 익고 있다. 직장이 있는 전북혁신도시의 공원과 길가에 많이 심은 꽝꽝나무와 꽃댕강나무도 왕성하게 가지를 내며 잘 자랐고, 조금 늦게 꽃이 핀 은목서는 요즘 나무에 눈이 내린 듯 하얗게 꽃이 피어 취할 정도로 향기를 내고 있다. 얼마 전까지 밤낮 없는 무더위를 겪고서도 저렇게 잘 자라 풍성한 열매를 맺은 나무들을 보면서 잠시 위안을 얻는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들녘 풍경은 더 경이롭다. 곡식과 과일이 잘 영글려면 적당한 일교차가 필요한데, 계속된 열대야에도 예년 못지않은 수확은 어찌 가능한 것일까? 당연히 농민들의 수고로움이 제일 큰 이유겠지만 단기간의 급격한 환경 변화와 병해충을 겪으면서 작물들이 이룬 결실과 적응력에 감사할 일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요즘 같은 기후변화는 극복이 힘들고 버겁다. 예측, 적응, 감축, 완화로 진행 중인 정책과 기술적 대응 중 어느 것 하나 쉽거나 확신할 수 있는 분야가 없다. 이제 온실가스를 감축해도 변화를 되돌리기엔 늦었다는 비관론도 만만찮다. 그러나 우리는 신만이 알고 있을 열폭의 디스토피아를 늦추는 편에 서지 않으면 안 된다. 죽거나 도망치는 것보다 적응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름 폭염과 가을 태풍 등의 영향으로 비싸진 배추와 과일값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당장 마트에 뛰어가 배추를 사는 것보다 시장 가격에 맞춘 소비를 하는 것도 미덕일 듯하다. 얼마 전부터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남쪽 지방 주산지 배추가 포기 채움을 시작했다고 하니, 김장을 조금 늦추면 좋을 것 같다. 뜨거운 여름 한낮엔 잎을 내리고 생장을 멈춘 듯 보이더니 가을이 되어 열매를 키워 내는 나무들처럼 변화에 맞춰 적응하고,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찾아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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