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학교 4000곳에 초고속인터넷망 설치
이달에야 시도교육청에 사업 추진 공문
내달 사업자 선정... 일러야 내년 3월 완료
이용료 7년 1600억원... 기존 요금의 2배
내년 3월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일선 학교에 전면 도입되지만 이에 필요한 초고속인터넷망은 아직 설치되지 않아 부실 운영이 우려된다. 정부는 기존 인터넷망 증속 대신 신규 설치 방침을 세웠는데, 이로 인해 학교에 부과되는 이용료가 2배 이상 늘어나게 되는 점도 논란거리다.
23일 국회 교육위원회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서 제출받은 ‘학교 10기가 인터넷서비스 도입 추진계획’에 따르면, AI 교과서 사용으로 대량 발생하는 트래픽 수용을 위해 전국 과밀 초중고교 4,000곳에 초당 10기가비트(Gb)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사업이 진행된다. 기존 학교 인터넷망인 ‘스쿨넷’은 데이터 전송 속도가 초당 1Gb 수준인데, 디지털교과서를 전면 도입하면 최소 5Gb 이상이 필요하다. NIA는 지난 11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사업 추진을 위한 협조 공문을 보냈다.
문제는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기간이다. 추진계획에 따르면 다음 달 말까지 시도교육청은 초고속인터넷망 서비스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 이후 곧바로 설치 공사에 착수하더라도 내년 1월에야 공사가 완료된다. NIA는 망 구축 후 안정화 테스트를 거쳐 내년 3월 중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인터넷망이 안정화 단계에까지 이르려면 착공부터 6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교과서 검정 심사 결과가 예정대로 다음 달 29일 발표되더라도, 일선 학교에서 미리 시연해 보는 것은 고사하고 내년 3월 개학 후에도 수업에 활용할 인터넷 환경이 갖춰지지 않을 공산이 큰 셈이다. 이 때문에 다수의 시도교육청은 기존 스쿨넷을 10Gb로 증속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도 문제다. 추진계획에 따르면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시 학교당 월 최대 55만 원의 이용 요금(7년 계약 기준)이 부과된다. 스쿨넷 이용료는 학교당 월 30만 원 안팎이라 학교 부담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4,000개교가 7년간 사업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요금이 1,637억 원이 넘는다고 추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디지털교과서 도입으로 늘어나는 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해 스쿨넷을 증속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훨씬 비용이 많이 들어 신규 설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디지털교과서 활용 확대에 따른 기기 관리 인력 부족도 문제로 제기된다. 이날 국회 교육위원장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에 보급된 디지털 기기는 397만7,705대로 집계됐다. 하지만 콜센터 인력을 제외한 디지털 기기 관리 전문 인력은 756명에 불과하다. 한 명당 평균 5,262대를 관리하는 셈이다.
김준혁 의원은 "정부가 강행하는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은 쉽게 말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준비가 덜 된 정책이다”라며 “학교 현장을 포함한 사회 각계의 지적과 비판에도 도입 일정을 바꾸지 않겠다면 그만큼의 책임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