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트럼프와 해리스의 ‘건곤일척’ 대결의 흐름을 미국 내부의 고유한 시각과 키워드로 점검한다.
<10> 미국 대선 마지막 주에 벌어지는 일들
높아진 개표 지연, 불복 가능성
투표 독려와 미디어 패널 준비
패배 캠프의 선거채무도 관건
제임스 베이커. 필자가 미국 정치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깨닫게 된 워싱턴 정가의 전설적 '막후 실세'(eminence grise)다. 1975년 제럴드 포드부터 1993년 허버트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까지 18년 동안 공화당 대통령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포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자신의 친구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대선 캠프를 지휘했다. 이후 각각의 대통령 시절 상무장관 대행, 백악관 비서실장(연임), 재무장관, 국무장관을 지냈다. 2000년 대선에서 플로리다 재검표 논란이 터졌을 때는, 은퇴한 상태였는데도 아들 부시의 요청으로 복귀해 민주당 후보였던 당시 앨 고어 부통령으로부터의 승리를 이끌어 냈다.
베이커 같은 경험 많은 정치인도, 마지막 일주일은 대선 캠프 수장으로서 새롭게 할 일이 거의 없다. 최종 판세를 결정짓기 위한 10월의 주요 사업에 대한 계획은 2~3주 전에 마무리됐고, 새로운 정치 광고를 제작하는 기간도 아니다. 캠프 실무자들만이 일정에 따라 24시간 동안 열심히 일하는 시기다. 트럼프와 해리스 캠프에는 각각 3명의 참모가 있는데, 트럼프 캠프의 3명은 대선 관리가 처음이다. 반면 해리스 캠프의 리더 3인 중 2인은 2008년 오바마, 2020년 바이든 대선을 성공적으로 관리한 인물이다.
새로운 일은 없어도, 책임자들은 캠프의 사기 진작과 적절한 긴장감 유지를 위해 두 가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세를 점하고 있을 때는 모험을 피하고, 뒤지더라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는 7개 경합주 모두가 오차 범위에 있는 만큼, 이전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전국의 당 조직과 협력, 주요 도시에서 지지자들을 최대한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잠재적인 재검표 가능성 및 투개표 상황에서의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와, 변호사들을 7개 경합지를 중심으로 파견해야 한다. 실제로 공화·민주당 모두 선거일에 맞춰 경합지에 수백 명의 변호사를 미리 배치해 뒀으며, 워싱턴에서 파견한 선거 전문 변호사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체제를 갖춘 상황이다.
투표 개시 72시간을 앞둔 시점에서 후보와 자당 소속 전직 대통령의 동선 계획도 특히 중요하다. 미국 대선은 11월 첫 번째 월요일 다음 날 화요일에 열리는 만큼, 대선 후보와 전직 대통령급의 저명한 인사가 경합지를 방문해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수행할 필요가 있다. 유일한 생존 전직 대통령(조지 W. 부시)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공화당과 달리, 민주당은 전직 대통령인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그리고 인기가 높은 힐러리 클린턴과 미셸 오바마를 효과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각 캠프는 투표 당일 여론을 유일하게 이끌 패널 관리도 필요하다. 주요 미디어에 패널로 나서 자당에 유리할 주장을 펼치도록, 적절한 논리와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민주당 측은 '레드 미라지'(Red Mirage) 대비 작업을 준비 중이다. 공화당(빨간색) 지지자들은 선거 당일 투표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개표 초반 공화당이 앞선 것처럼 보이지만 이후 조기 투표와 우편 투표가 집계되면서 민주당(파란색)이 역전하는 상황을 일반 시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각 캠프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Transition Committee) 가동을 위한 작업도 준비해야 한다. 후보가 승리할 경우 업무를 이어받으며,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을 준비하는 대통령 취임 위원회(Presidential Inaugural Committee) 출범도 관리해야 한다. 이 위원회는 정치자금도 모금하는데, 신임 대통령과의 좋은 관계 형성을 위해 2.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도 많은 자금이 기부된다.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위원회는 6,200만 달러를,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억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대선 캠프 책임자의 가장 중요한 일은 지출 관리를 통해 캠프가 빚을 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대선에 승리하면 쉽게 갚을 수 있지만, 패배한 진영은 빚을 갚기 위한 모금이 어렵다. 앞서 언급한 베이커는 비록 세 번의 선거에서 패했지만, 낙선한 후보들이 돈을 구걸하거나 자존심 상하는 일을 겪지 않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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