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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수출 통제', 반도체 이어 K-방산도 위협한다

입력
2024.12.18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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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공
폴 공미국 루거센터 선임연구원

편집자주

트럼프와 해리스의 ‘건곤일척’ 대결의 흐름을 미국 내부의 고유한 시각과 키워드로 점검한다.



<17>트럼프에 대한 '현대판 조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6일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라라고 저택에서 손정의(마사요시 손)소프트뱅크 회장과 포옹하고 있다. 플로리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6일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라라고 저택에서 손정의(마사요시 손)소프트뱅크 회장과 포옹하고 있다. 플로리다=로이터 연합뉴스


日 아베 총리, 금 골프채 선물
전세계가 트럼프 비위 맞추기
힘에 밀린 중국도 조공국 신세

2016년 11월, 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금도금 골프 클럽을 선물했다. 3,755 달러짜리 이 드라이버는 일본 혼마 제품이었으며, 트럼프는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 전달했다. 미 연방정부 공무원은 415달러 이상 선물은 모두 국립문서보관서에 맡기고 신고해야 한다. 이를 소장하고 싶다면, 평가액 전액을 사비로 지불해야 한다. 워싱턴 정가에서의 필자 경험에 비춰보면 전세계 국가 중 일본은 선물로 미국 정치인을 만족시키는데 가장 영리하다. 예컨대 필자의 첫 정치적 보스인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은 거의 매일 수영으로 건강을 관리했는데, 이는 측근들만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2013년 미 국방부를 찾은 일본 국방장관은 헤이글 장관에게 방수 이어폰을 선물했다. 헤이글 장관은 이후 음악이나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수영을 했다.

필자가 '조공'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은 기존의 외교 선물과 다르다. 그리고 미국에 대한 세계 주요국의 새로운 조공은 두 번째 트럼프 임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전세계가 1기 트럼프 기간(2017~2021년) 배운 교훈은 트럼프는 무역 적자가 미국에 해롭다고 여기며, 다른 쪽으로 그를 설득하는 건 시간 낭비라는 점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은 관세 위협을 무시했지만, 트럼프가 관세 폭탄을 퍼붓자 손을 들수 밖에 없었다. 미국이 '1단계 조치'라는 명칭 아래 관세 폭탄을 중단한 건, 중국이 2020~2021년 2,000억 달러를 더 수입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세계 2위 경제대국마저 손을 들었다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트럼프는 2025년 1월 20일 취임일부터 관세 폭탄을 퍼부을 태세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그래픽=박구원 기자

트럼프의 관세 위협은 매주 발표되고 있다. 미국의 가장 가까운 두 무역 파트너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불법이민과 마약밀매를 통로를 막지 않는다면, 25%의 관세가 매겨질 것이라는 위협을 받고 있다. 한국, 일본, 영국, 호주, 유럽연합(EU) 등도 10%에서 20%에 이르는 관세에 대비하고 있다. 상호방위조약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동맹국도 예외가 아니다. 모든 나라들이 관세를 줄이기 위한 협상팀을 워싱턴에 보내게 될 것이며, 각국은 자국 경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종의 조공을 통해서라도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려 할 것이다.

중국 지도부도 향후 4년을 각오하고 있다. 워싱턴 입장에서 중국은 '1단계' 약속을 60%만 이행했다. 중국은 코로나19를 핑계로 돌리겠지만, 트럼프는 양보할 의향이 없으며 60% 관세를 부과할 태세다. 중국이 포함된 브릭스(BRICS) 국가들에게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도전할 경우 100% 관세를 추가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취임식에 시진핑을 초대한만큼, 중국은 과거보다 큰 폭이면서도 금방 집행할 수 있는 선물보따리를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다행히 미국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축하 전화에서 트럼프는 미 군함의 건조 및 수리 지원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된 한국 기업들이 손해를 입을 수는 있겠지만, 한국 정부는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이외에도 트럼프는 요구 사항이 많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과 2018년 한미 FTA 개정 이후에도 증가하는 무역 역조는 여전한 불만사항이다.

2기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덕분에 상대국을 압박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갖게 됐다. 바로 '수출 통제'다. 수출 통제는 미국 기술이나 그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을 적성국으로 이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인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무기화하여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제한했다. 트럼프는 수출 통제의 대상국과 품목을 확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한국은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방위 산업까지 영향 받게 된다. K방산의 핵심 기술과 제조·수출에 필요한 권리는 대부분 미국에서 기원하기 때문이다.

19세기 중국 청나라는 영국과 동인도회사를 아편중독 원인으로 비난했지만 결국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 역사가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반복되는데, 트럼프는 중국의 펜타닐 수출을 미국의 마약 중독 위기와 연계시키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 등 동아시아의 이웃 나라들을 조공체제로 옭아맸던 중국이 이제는 트럼프 조공 체제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전망이다.

폴 공 미국 루거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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