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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 누구] 흙수저에서 '마가 후계자'로… 미국 2인자 꿰찬 '힐빌리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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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 누구] 흙수저에서 '마가 후계자'로… 미국 2인자 꿰찬 '힐빌리의 노래'

입력
2024.11.07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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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시대]
러스트벨트 마약중독자 모친 둔 유년 시절
예일대 졸업 후 실리콘밸리서 승승장구
트럼프 충성심 증명... MAGA 후계자 등극
보호무역·반이민 미국 우선주의 선봉에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그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지난 8월 21일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보로에서 열린 유세 행사장 무대에 나란히 서 있다. 애쉬보로=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그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지난 8월 21일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보로에서 열린 유세 행사장 무대에 나란히 서 있다. 애쉬보로=AP 연합뉴스

'흙수저 신화'가 미국의 권력 서열 2위를 차지했다. 끈질기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한 끝에 JD 밴스 부통령 후보가 차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도자'로 우뚝 선 순간이다. 2년에 불과한 짧은 정치 경력(초선 상원의원)과 어린 나이(40세), 무수한 막말 논란도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1952년 이후 최연소 부통령에 당선되면서 밴스는 차기 대권 도전까지 꿈꿀 수 있게 됐다.

가난 딛고 미 2인자로… '힐빌리의 노래'로 세계적 명성

1984년생 밴스는 미국 중서부 '러스트벨트'(북동·중서부 쇠락한 공업지대) 오하이오주(州) 출신이다. 마약중독자 모친의 학대와 가난으로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동부 명문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실리콘밸리에서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일했다. '개천의 용'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게 됐다. 자신의 삶을 담은 자서전 '힐빌리(Hillbilly·가난한 백인 노동자를 일컫는 말)의 노래'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계적인 명성까지 거머쥐게 됐다.

그는 2022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정치 경력을 시작했다. 자신의 고향인 오하이주가 지역구였다. 금의환향이었다. 당선 후에는 트럼프와 가까워지더니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로 입지를 굳혀갔다. 마침내 올해 7월 공화당 대선 후보를 공식 지명하는 전당대회에 트럼프 옆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면서 그는 명실상부 '마가 후계자'로 올라섰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지난달 10일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에서 유세하고 있다. 그린즈버러=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지난달 10일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에서 유세하고 있다. 그린즈버러=AP 연합뉴스


트럼프 히틀러라 부르더니 호위무사로 변신

트럼프가 밴스를 러닝메이트로 발탁한 배경에는 그가 경합주 노동계층 표를 가져오는 데 유리하다는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흙수저' 밴스가 부동산 재벌 출신 '금수저'라는 트럼프의 이미지를 보완해줄 거라는 기대였다.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실리콘밸리의 '큰손'들도 트럼프에게 직접 밴스를 추천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밴스가 트럼프의 2인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역시 충성심 덕이었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 패배가 '사기'라는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은 측근들의 배신을 트라우마로 안고 있다. 그런데 줄곧 트럼프 편에 서서 '민주당에 대선을 도둑맞았다'고 주장한 이가 바로 밴스였다.

밴스가 처음부터 트럼프을 지지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 나설 당시만 해도 밴스는 그를 "미국의 히틀러" "문화적 헤로인(마약)"이라 불렀다. 그랬던 그가 태도를 바꾼 건 상원의원 후보로 정계 진출 야망을 꿈꾸면서다. 2020년 대선 땐 "생애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극찬했고, 2021년에는 트럼프의 사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리조트로 달려가 과거 발언을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고 한다.

어느 순간 밴스는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충성파의 '핵심 멤버'가 됐다. 영국 BBC 방송은 "그에게서 '힐빌리'들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는 점차 사라지고, 엘리트와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라며 "밴스는 마가 체제에서 점점 더 중요한 인물이 됐으며, 트럼프의 사상에 거의 전적으로 동조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아바타'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때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지난달 24일 미시간주 워터포드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지난달 24일 미시간주 워터포드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무자녀 캣 레이디' '반려견 먹는 이민자들'… 온갖 막말로 빈축

부통령 후보로서 마냥 승승장구하지는 않았다. 과거 막말이 알려지면서 트럼프 재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에 입지가 흔들렸다. 2020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 출산하지 않은 민주당 인사를 '고양이 아줌마(cat lady·자녀 없는 독신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라 조롱했던 게 회자됐던 것이다.

불법 이민자를 향한 도 넘은 유언비어도 논란을 빚었다. 아이티계가 많은 오하이오주의 소도시 스프링필드에서 "이민자가 미국인의 개와 고양이를 훔쳐 잡아먹는다"고 말했던 게 대표적이다.

반이민·관세 장벽… 트럼프 빼다 박은 '미국 우선주의'

2인자로서 밴스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든든히 뒷받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밴스는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더 이상의 무임승차는 없다"고 선포하더니, 선거 과정 내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고율의 보편 관세 도입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 상향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반대 △강경한 이민 정책 등을 예고해 왔다. 트럼프의 생각이 곧 그의 생각인 셈이다.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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