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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연설도 거부하고 버티던 尹, 떠밀리듯 국민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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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연설도 거부하고 버티던 尹, 떠밀리듯 국민 앞에 선다

입력
2024.11.05 04:30
수정
2024.11.05 06: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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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韓 '작심발언' 후 대국민 담화 결정
尹 "순방 전 정리" 건의 수용... 민심 이탈 의식?
"연내 4대 개혁 성과" 정책 집중 강조할 듯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에 나선다는 4일 대통령실의 발표는 전격적이었다. 이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전례 없이 강한 국정쇄신 요구에도 오후까지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친윤석열계를 비롯해 여권에서도 이를 예상한 관계자가 거의 없던 '깜짝' 이벤트다.

윤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한덕수 총리를 대신 내보낼 정도로 한발 물러나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심상찮은 민심 이탈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한 대표의 '국정 기조 전환'을 중심으로 한 수위 높은 요구들에 대한 답변은 물론, 그간의 정책적 성과와 향후 국정 운영 방향성을 직접 설명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취임 2년을 맞은 지난 5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이 같은 결정은 일단 한 대표의 '작심 비판'에 대한 답변 성격이 짙다. 한 대표는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 브로커 명태균 논란 관련 대통령의 사과 △참모진 전면 개편 및 쇄신 개각 △김건희 여사 대외활동 즉각 중단 및 특별감찰관 임명 등과 함께 국정기조 전환 필요성을 촉구했다. 앞서 요구해온 '김 여사 관련 3대 조치'에 국정 전반의 쇄신을 더해 압박 강도를 높였다.

당초 대통령실은 엉뚱한 반응을 보이는 듯했다. 같은 날 오후 늦은 시간까지 한 대표의 요구에 대한 일언반구는커녕, '정책'을 강조하는 메시지만 수차례 반복 발신했다. 정혜전 대변인의 이날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내각은 현재 추진 중인 개혁 정책의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연내에 잘 마무리해 달라"고 독려했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도 "연내에 국민들께서 정책 성과를 직접 체감하시도록 추진 중인 개혁 과제에 대한 각 부처의 신속한 추진을 독려하고 점검하라"고 당부했다. 성태윤 정책실장이 5일 '국정 성과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브리핑을 연다는 사실까지 연이어 공개했다.

이러한 대통령실의 반응은 그간 한 대표의 요구에 미온적, 나아가 부정적이었던 대통령실의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당장 한 대표의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인 '인적 쇄신' 부분을 콕 집어 "윤 대통령은 (특정 인사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 중대한 실책을 하지 않았는데 인위적 인적 쇄신의 대상이 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으로 대외정세가 불안정하고 야권의 탄핵 공세가 갈수록 거칠어지는데 한 대표가 내부 총질을 하고 있다는 불만도 감지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적 쇄신뿐만 아니라 모든 쇄신 요구에 대해 '구체적 방안'을 가져오면 잘 판단하겠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정책 역량에 집중해 그 성과로 국민들에게 보답하겠다는 게 대통령실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이날 밤늦은 시간 갑작스럽게 반전됐다. 당초 윤 대통령의 대국민 입장 발표는 해외 순방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두 차례 1심 선고가 끝난 이후인 이달 말이나 12월 초로 예상됐지만 갑작스럽게 7일로 당겨졌다. 윤 대통령의 '용단'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급격한 입장 선회의 배경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왕이면 순방 전 국민에게 말씀드리는 기회를 갖는 게 좋겠다는 참모진의 의견을 (윤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윤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국정 지지율 20%선이 무너지는 등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극적인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용산에서도 일부 극소수 참모를 제외하면 이 같은 논의의 진행 상황을 알지 못했고, 국민의힘 주요 당직자들도 이를 몰랐던 분위기다. 다만 여권 전체적으로는 윤 대통령의 결단에 대해 일단 높게 평가하는 기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지율에 장사 없다는 게 결국 드러난 거 아니겠냐"며 "내용을 봐야겠지만 답답한 상황에 물꼬를 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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