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 레비 글·줄리아 파스토리노 그림, '내가 너보다 커'
같은 날 태어난 안나와 마르코는 동갑내기 단짝 친구다. 부모님끼리도 친구인 두 아이는 오랜만에 만나도 잠시 쑥스러워하다가 금세 가까워진다. 두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변신 놀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 커질 수 있다며 '커지기 내기'를 제안한 안나는 눈을 감고 뺨을 부풀리며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물개로 변한다. 마르코도 이에 질세라 연기를 피우며 불곰으로 변신한다.
경쟁적으로 몸집이 커져 급기야 향유고래와 대왕고래로 변신해 화면을 꽉 채운 두 친구는, 이어 '작아지기' 내기를 시작한다. 둘은 점점 작아지다 '미생물' 마르코와 '세포' 안나로 변해 화면 속에서 사라진다. 나무가 많은 정원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이어진 변신 놀이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그림책 '내가 너보다 커'에서 두 어린이가 변신 놀이를 통해 그려내는 존재들은 놀이를 통해 경험하는 동심의 세계를 은유한다. 놀이는 원하는 건 무엇이든 상상하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자유와 환상의 세계로 가는 문이다.
아동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라는 불명예가 지속되는 대한민국에서 '놀이'는 잊힌 권리이자, 사치로 여겨진 지 오래다. 한참을 뛰어놀고 나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진짜 재미있었어. 근데 더 놀아도 돼죠?"라고 되묻는 두 어린이의 천진한 얼굴을 보며 놀지 못하는 아이들, 무표정한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면 좋다. '놀 권리'를 박탈당한 아이들에겐 잊어버린 놀이를 복원해 주고, 부모에겐 더 늦기 전에 자녀에게 놀 기운을 북돋아 줘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마법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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