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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냐 생시냐 그것이 문제

입력
2024.11.1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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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편집자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면서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꿈이 예언하여 현실로 드러나는 사례는 예부터 수두룩하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보희의 꿈도 널리 알려져 있다. 산에 올라 오줌을 누었는데, 온 동네가 잠기는 꿈. 무슨 징조인지 몰라 어리둥절하자, 동생 문희가 날름 비단치마를 주고 사갔다. 문희는 김춘추와 결혼했고, 춘추가 즉위하자 왕비가 되었다. 꿈을 산 결과라고 사람들은 믿었다.

꿈을 두고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섰던 사람도 있다. 신라 38대 원성왕이 되는 김경신(金敬信)이다. 경신은 김양상(金良相)과 함께 쿠데타를 일으켜, 양상을 37대 선덕왕으로 올리고, 자신은 상대등이 되었다. 차기가 유력했는데, 왕족 사이에선 김주원(金周元)을 더 꼽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경신은 '두건을 벗고 흰 갓을 쓰고 열두 줄 가야금을 끼고 천관사 우물 안으로 들어가는' 꿈을 꾸었다. 사람을 시켜 해몽했더니 '두건을 벗은 것은 직위를 잃는 조짐, 가야금을 낀 것은 형틀을 차고, 우물에 들어간 것은 옥에 갇히는 징조'라고 했다. 매우 두려워하며 문을 닫고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그때 여삼(餘三)이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경신의 책사였다. 꿈을 점친 전말을 자세하게 설명하자, 여삼은 일어나 절하고 말하기를, '두건을 벗은 것은 사람 가운데 아무도 그 위에 없으며, 흰 갓은 면류관을 쓰고, 가야금은 열두 손대(孫代)까지 이어질 징조, 천관사 우물로 들어간 것은 궁궐로 들어갈 상서로움'이라 했다.

정반대 해몽이었다. 당연히 사는 풀이 쪽으로 움직여야 했다. 다만 한 가지 껄끄러운 일이 남았다. 김주원의 존재였다. 여삼은 '은밀히 북천(北川)의 신에게 제사 지내면 된다'고 하였다. 경신은 그 말에 따랐다. 얼마 후 선덕왕이 죽었다. 아니나 다를까, 모두 주원을 왕으로 맞이하려 했다. 그때였다. 주원의 집이 북천 너머에 있었는데, 갑자기 물이 불어나 건너지 못하고, 그사이 경신이 먼저 궁궐로 들어가 즉위하였다. 좋은 꿈이 현실로 나타난 것으로 사람들은 믿었다.

문희는 654년 왕비가 되었고, 원성왕이 즉위한 것은 785년이다. 꿈으로 예언하는 행운의 서사가 그때 더 강하기는 했다. 그러나 원성왕은 신라의 마지막을 버텨낸 능력자였다. 문희가 꿈을 사서 소망을 이뤘는가. 아니다. 냉철하고 지혜로운 여성이었다. 꿈을 행운의 전조(前兆)로 받아들였지, 생시와 구별 못 할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7~8세기의 사람도 속으로는 그렇지 않았는데, 21세기 우리 사회에 요사(妖邪)가 판치고 있다. 참으로 가소롭다.


고운기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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