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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는 소설가 임솔아의 고요한 시선

입력
2024.11.14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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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작8·가나다순>
임솔아 장편소설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편집자주

한국문학 첨단의 감수성에 수여해 온 한국일보문학상이 57번째 주인공을 찾습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10편. 심사위원들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본심에 오른 작품을 2편씩 소개합니다(작가 이름 가나다순). 수상작은 본심을 거쳐 11월 하순 발표합니다.

임솔아 작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임솔아 작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소설가 임솔아의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는 예술가를 위한 공동 전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네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형식의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중심인물인 ‘화영’과 ‘우주’, ‘보라’, ‘정수’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살펴봄과 동시에 그들과 관계하는 이들의 이야기까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좇는다. 소설 안에서 한데 모인 네 명의 작은 우주는 우리 사회의 적지 않은 부분을 반영하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다.

2022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단편소설 ‘초파리 돌보기’를 비롯한 이전 작업이 그러했듯 임솔아는 이 책에서도 물음이 필요한 사회적 문제들을 이면에서 사유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작중 인물은 정체성에 있어서 경계에 놓인 사람들이다.

법적으로는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나 한쪽 귀의 청력을 잃은 화영, 학창 시절 친구 무리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레즈비언임을 숨기고 연기했던 우주, 직장 내 부조리에 저항했지만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직업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는 보라, 하나로만 해석되지 않는 예술과 같은 정체성을 지닌 정수까지. 가시화되지 않은 소수자적 정체성의 이면과 돌아보는 이 없던 한 개인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임솔아의 고요한 시선이 담긴 것이 이 소설이다.

임솔아 장편소설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임솔아 장편소설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아마도 작가의 시선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챕터가 바로 마지막에 놓인 정수의 이야기일 테다. 정수는 전시를 준비하며 화영, 우주, 보라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유일한 청자이다. 경청하며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그는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전할 때에도 자신의 것인지 아닌지를 앞서 구분 짓지 않는다. 타자화하지 않음으로써 그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경계를 허문다.

“그들의 이야기를 감히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지 않았”지만 “여전히, 그들의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라고도 생각지 않”은 정수의 자리에 임솔아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도 착각은 아닐 것이다. 인물들의 모든 이야기를 마음 깊이 청취하면서 그것을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전달하는 작가의 역할을 분명히 알고 훌륭히 수행하는 작품으로 이 소설은 유효하다.

임솔아의 소설 끝에서 정성스레 사랑하다 잘 이별하고 포기하지 않으면서 더 나은 쪽을 향해 가는 인물들의 자리를 독자에게 내어 준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이나 “지금도 거기 있다”고 말하며 넉넉한 품으로 우리를 끌어안는다. 넘침 없이 건조한 문장이지만 그렇기에 독자로 하여금 젖어 드는 자신을 더욱 선명히 감각하게 만드는 임솔아의 소설에 마음을 열 수밖에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소유정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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