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 심사경위]
제57회 한국일보문학상 본심은 예심에서 선정된 열 편의 추천작을 하나씩 고루 살피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예심이 진행되던 때에도 추천작에 대한 간략한 의견을 나누었으나 본심에서는 해당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함께 작가의 이전 작업과의 연결성, 동시대 문학에서 작품에 갖는 의미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었다.
심사위원 일곱 명의 의견을 경청한 뒤에는 표결을 거쳐 집중적인 토론을 이어 나갔다. 그중 마지막까지 이야기되었던 작품은 △우다영의 단편집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 △예소연의 단편집 ‘사랑과 결함’ △위수정의 단편집 ‘우리에게 없는 밤’이다.
우다영의 ‘그러나 누군가는 더 검은 밤을 원한다’는 공상과학(SF)적 세계관 안에 자아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을 녹여낸 작품으로, 소설의 정통성을 뚫고 나가는 방식의 새로운 시도를 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페이지가 넘어감에 따라 독자를 점점 더 내밀한 곳으로 끌어들이는 우다영의 소설은 이야기가 끝날 것 같은 마지막 지점에서 멈추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라는 듯 한발 더 나아가는 모습으로 우다영은 이야기를 연장시키는 작가적인 힘이 무엇인지 증명한다.
예소연의 ‘사랑과 결함’은 여성 인물을 중심으로 하여 친구와 가족 등 타자와의 관계성에 대해 탐색하는 소설이다. 그 과정에서 인물들은 예상치 못한 관계의 이면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삶의 면면들을 마주한다. 예소연은 이와 같은 낯선 풍경을 귀엽고 개성 있는 시선으로 그려내면서도 소설의 전체적인 균형을 잃지 않는 매력을 두루 보여주었다.
위수정의 ‘우리에게 없는 밤’은 소비사회에서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현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한다. 그의 작품은 1990년대 여성 소설에서 나타나는 욕망의 부분들을 계승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가부장제와 같은 외부와의 관계에서가 아닌 한 개인의 은밀하고 내적인 욕망으로 치환시키며 차이를 드러낸다. 작가는 타자가 아닌 ‘나’ 자신과 갈등하는 인물들의 불안과 욕망 실현을 위한 의지 등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으로 소설이 줄 수 있는 분명한 쾌감을 선사한다. 인물들의 욕망과 상반되는 절제된 문장은 그의 소설을 극적으로 이끈다.
여러 번의 재검토와 투표로 심사위원들은 위수정의 ‘우리에게 없는 밤’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위수정의 소설은 인간의 욕망, 여성의 욕망이라는 본질적인 측면에 접근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소설집 전체를 이룰 만큼 공통된 주제일 만큼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장 일관적이었다. 이 대담하고 용기 있는 반복적인 시도가 심사위원의 마음 역시 여러 번 두드렸음을 밝힌다.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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