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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트럼프 2기 대응 방안

입력
2024.11.14 00: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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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태열 외교부 장관, 최 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부 장관. 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태열 외교부 장관, 최 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부 장관.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이 대선 승리와 연방의회 상원 과반 의석 확보에 이어 하원에서도 과반 의석을 차지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한층 커진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경제정책은 대체로 감세, 보호무역, 탈환경 기조로 요약된다. 감세와 관련, 트럼프 당선자는 2025년 종료 예정인 소득세와 법인세 등의 감면 조치를 영구화하고, 현재 21%인 법인세율을 15%로 인하하겠다고 공언했다. 보호무역 측면에서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 이상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탈환경 정책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내연기관차 규제 철폐, 화석연료 채굴 및 사용 확대 등을 포함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관세 인상과 법인세 인하의 동시 추진이다.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의 상품에 10~20%의 관세가 부과되면 이들 상품은 미국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판매가 감소할 것이다. 하지만 법인세율이 15%로 인하되면 이 기업들은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해 관세를 피하고 낮은 법인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즉 관세 인상과 법인세 인하는 과거 생산비용 절감을 이유로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겼던 기업들을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reshoring)’을 촉진해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이 24%인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인상과 법인세 인하가 동시 시행되면 우리 기업들도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국내 투자 감소와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하다.

우리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것도 하나의 대응 방안이 될 수 있으나, 지금과 같은 여야 대립 상황 속에서는 국회 동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차선책으로 향후 세계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같은 첨단 산업들에 한정해서라도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는 획기적 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기업에 즉시 지급하는 ‘다이렉트 페이(Direct Pay)’가 있다. 이 제도는 투자 후 이익 발생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첨단기업들의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을 덜어줘 국내 투자를 촉진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미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 2기의 한국에 대한 보호무역 압력을 완화하려면 대미 무역 흑자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미 무역 흑자가 큰 국가를 대상으로 보호무역 조치를 우선 강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역대 최대치인 444억 달러를 기록한 우리도 통상 압력을 누그러뜨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해외 생산기지 건설로 우회 수출 경로를 확보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미국 정권 교체로 인한 격변기에 정부와 국회는 한마음으로 뭉쳐야 한다.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촉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의 보호무역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지혜가 절실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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