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한국 대통령 다섯 차례 방중에도
답방 없었던 시 주석...‘상호주의’ 비판
‘한국 무비자 조치’ ‘주한대사 내정’ 등
최근 유화 제스처 더해 관계 개선 기대
내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기정사실화됐다. 2025년 한국에 이어 2026년 중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기 때문이다. 차기 의장국은 직전 연도 회의에 참석하는 게 관례다. 최근 중국이 전례 없는 '한국인 무비자 조치'를 발표하고 미뤘던 '주한중국대사'를 내정하는 등 한국을 향한 유화 제스처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 방한 분위기와 맞물려 한중 양국이 관계 개선에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시 주석 방한이 성사되면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이다.
중국 외교부는 17일 "아시아태평양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2026년 중국이 APEC 정상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APEC 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먼저 공개했다. 한국은 내년 11월쯤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1993년 APEC 정상회의 시작 이래 동북아에서 2년 연속 열리는 건 처음이다.
통상 APEC 정상회의 마지막 날 주최국 정상이 차기 개최국 정상에게 의장국 지위를 인계한다. 이날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페루 전통양식의 '의사봉'을 전달하며 회의 성공을 기원했다. 내년 경주에서는 윤 대통령과 시 주석 간에 유사한 행사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2026년 APEC 의장국을 맡지 않더라도 시 주석의 내년 방한은 유력한 상황이었다. 한국 미국 일본을 비롯해 21개 회원국이 모이는 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은 취임 후 빠진 적이 없다. 자연히 내년 한국 방문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에 이어 차차기 의장국까지 맡으면서 시 주석은 더 이상 방한을 미룰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사이 대중 굴욕외교 비판이 무성했다. 2014년 시 주석의 방한 이후 10년간 박근혜·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각각 세 차례와 두 차례 중국을 찾았다. 반면 시 주석의 답방은 없었다. 외교의 기본인 '상호주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주변국 관리'로 변화하는 중국 대외 기조
급변하는 국제정세가 시 주석의 발길을 한국으로 재촉하는 모양새다. 북한이 전범국가 러시아에 파병하는 폭주를 일삼으면서 북중러 협력은 예전 같지 못하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중 관계는 폭풍전야의 상황에 놓여있다. 시 주석은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가 관세폭탄을 퍼부으며 무역전쟁을 감수했던 뼈아픈 기억이 생생하다.
중국으로서는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 관리가 그만큼 절실해진 셈이다. 이와 관련 시 주석은 이번 APEC 회의에서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전 세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모든 당사국이 발전하는 중국의 급행열차에 계속 탑승하는 것을 환영한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겨냥한 메시지로 읽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중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자유무역체제를 수호하는데 함께 힘써야 한다", "공급망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흐름을 지키자", "더 많은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와 더 많은 한국인의 중국 방문을 환영한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전했다.
다만 시 주석 방한을 공식화할 때까지 중국은 한국과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일 공산이 크다. 이번 APEC을 계기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윤 대통령에게 먼저 방중을 제안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시 주석 방한을 초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호주의에 맞춰 당연히 시 주석 방한이 먼저인데도 윤 대통령의 방중을 거론하며 '선제구'를 날린 것이다. 시 주석 방한 카드를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중국의 노림수로 보인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대방에게 레버리지를 넘겨주지 않으려는 중국의 외교 스타일상,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국 정부의 방향성을 보며 마지막 순간까지 방한 문제를 조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북러 밀착으로 역내 현상 변경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의 안정을 추구하는 건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