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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김정은 사이, 한국의 전략

입력
2024.11.19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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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2월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가 4년 만에 백악관으로 복귀한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김정은과의 친분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북한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 중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실패였으며, 북핵문제에서 외교 외의 해법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은 정말 북한과 대화를 하게 될까?

일단, 북미대화가 당장 시작될 것 같지는 않다. 러시아 파병으로 한반도에서만이 아니라, 북한이 유럽에서도 미국의 잠재적 교전상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에 강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크라이나 종전문제가 진전되고 실제 가시화되어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에 대화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북미대화를 추진한다면, 미국은 무엇을 얻어내려고 할까? 미국은 자국에 대한 위협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둘 것이다. 비록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의 연장선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입장을 고수할 수도 있지만, 미국에 실질적 위협이 되는 북한의 전략급 탄도미사일, 즉 ICBM을 폐기시키기 위한 협상에 집중할 것이다. 이런 미국이 1991년 소련과 체결한 ‘전략무기제한협정(START I)'을 선례로 삼을 수 있다. 이 협정의 특징은 핵무기의 폐기 규모는 작더라도, 아주 깐깐하고 구체적인 검증조항을 두었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러한 선례에 따라 북한의 ICBM 폐기에만 집중하더라도 검증기준은 아주 높게 설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협상의 대가로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서 원했던 제재완화를 고려하고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정은 정권은 핵협상을 위해 먼저 미국이 받아들여야 할 조건이 있다고 응수할 것이다. 하노이 회담 당시보다 핵능력이 발전했으므로, 제재완화 이상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때 북한이 요구할 협상조건은 2016년 7월 북한이 발표한 비핵화 5대 선결조건을 통해 미루어볼 수 있다. 당시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한국과 한반도 주변의 비핵화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중단, 대북 핵 불사용 공약, 주한미군 철수 선포 등을 요구했다. 만약 북한이 트럼프 2기와 진지한 협상을 할 의향이 있다면, 이러한 요구를 약간 줄여서 전략자산 전개 중단, 핵협의그룹(NCG) 해체, 핵운용 가이드라인 중단 등을 협상조건으로 제시할 것이다.

북한의 협상조건에 따른 북미협상은 한미동맹의 분열과 확장억제의 약화를 촉발할 수 있다. 북한의 협상조건을 미국이 검토한다는 것만으로도 한미동맹은 동요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협상조건을 받아들이게 되면 바이든 정부 기간 발전시켜온 한미 간의 일체형 확장억제도 약화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북미대화가 재개된다면, 러시아 등 제3국의 도움을 받아 북미협상을 진전시키고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라 한국을 최대한 배제할 것이다. 일단 협상이 시작되면 성과를 내야 하는 당사자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협상 전에 설득외교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 북한 측 협상조건의 위험성을 각인시켜야 한다. 북미대화 개시 전에 선제적인 대미 설득외교를 전개해야 할 때이다.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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