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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향 품은 감옥이라니... 추사유배길 걷다 곶자왈까지

입력
2024.11.19 17: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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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대정읍 겨울 나들이 코스

제주 유배 당시 추사 김정희의 거주지. 감귤나무 사이에 터를 잡아 추사는 이 집을 귤중옥이라 불렀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 유배 당시 추사 김정희의 거주지. 감귤나무 사이에 터를 잡아 추사는 이 집을 귤중옥이라 불렀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도 서남쪽 끝자락 서귀포 대정읍은 먹거리에 빼어난 자연과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두루 품은 곳이다. 제주관광공사가 제안하는 대정읍 겨울 나들이 코스를 소개한다.

제주의 역사 문화 품은 대정성지와 추사관

대정읍 마을로 들어서면 현무암으로 쌓은 성벽이 눈길을 끈다. 조선시대에 쌓은 제주도 3읍성 중 하나로 대정성지 혹은 대정현성으로 불리는 성곽 유적이다. 읍성은 왜구의 침입을 막고 백성을 살피고 보호하는 군사와 행정적 역할을 했다. 산이나 구릉에 자리한 산성과 달리 대정성지는 평지에 조성됐다. 읍성에 자연스레 마을 풍경이 녹아든 모양새다. 군사 시설이지만 위압적이지 않고 소박하다.

현무암으로 성벽을 쌓은 대정성지. 제주관광공사 제공

현무암으로 성벽을 쌓은 대정성지. 제주관광공사 제공


대정성지 일대는 추사 김정희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고립된 섬 제주로 유배 보내는 것은 가혹한 형벌이었다. 추사는 1840년 가을, 윤상도 옥사에 연루돼 머나먼 제주로 귀양을 가게 된다. 길을 떠난 지 한 달여 만에 도착한 곳이 바로 대정현이다. 훗날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대정으로 가는 길의 절반은 순전히 돌길이어서 사람과 말이 발을 붙이기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한편으로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간직한 제주는 최적의 유배지였다. 천재 학자이자 예술가인 추사도 대정에서 혹독한 유배 생활을 보냈지만, 자신만의 철학과 예술을 갈고닦아 ‘추사체’와 국보 ‘세한도’를 완성하는 업적을 남겼다. 유배 시절 그의 삶이 ‘추사관’에 집약돼 있다. 세한도를 닮은 건물은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했다. 세한도 속 집과 나무를 그대로 옮긴 듯 단정하고도 수수하다.

대정성지에 위치한 추사관은 건축가 승효상의 작품이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대정성지에 위치한 추사관은 건축가 승효상의 작품이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추사관 뒤에 추사가 거주했던 ‘귤중옥(橘中屋)’이 있다. 현무암 돌담과 초가가 평온하게 보이지만 추사에게는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유배지는 감귤나무 사이에 자리했는데 추사는 귤 향을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한다. 감옥이나 마찬가지인 집을 귤중옥이라 한 것도 감귤의 향기로운 덕에 대한 칭송이다.

당시 추사의 삶과 심경을 더 느껴보고 싶다면 추사유배길을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인연의길(추사관~오설록 8km), 집념의길(추사관~대정향교 6.7km), 사색의길(대정향교~안덕계곡 10.1km) 3개의 코스로 나뉜다.

송악산둘레길과 제주곶자왈도립공원

99개의 작은 봉우리로 형성된 송악산 역시 대정을 대표하는 자연 명소다. 세계적으로 드문 이중 분화구가 존재해 화산학적 가치가 높은 산이다. 송악산둘레길을 걸으면 가파도와 형제섬, 마라도까지 훤히 조망된다. 넓게 펼쳐진 바다와 초원, 해안 절벽까지 두루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억새가 바람에 눕고 인사를 건네면 늦가을의 감미로움과 여유가 고개를 든다. 올레 10코스이기도 한 둘레길은 약 2.8km, 1시간 남짓 소요된다. 대체로 순탄해 가족 여행객이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송악산둘레길의 억새가 바람에 일렁거리고 있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송악산둘레길의 억새가 바람에 일렁거리고 있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송악산둘레길에서는 푸른 바다 뒤로 산방산과 한라산까지 시원하게 조망된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송악산둘레길에서는 푸른 바다 뒤로 산방산과 한라산까지 시원하게 조망된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 곶자왈의 전형적인 풍경. 이끼 머금은 바위에 뿌리내린 나무가 자라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주 곶자왈의 전형적인 풍경. 이끼 머금은 바위에 뿌리내린 나무가 자라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제주의 허파라 불리는 숲 덤불, 곶자왈은 사계절 사랑받는 여행지다. 습지를 품은 곶자왈은 보온, 보습 효과가 높아 여름에는 청량하고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하다. 특히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간직해 환상적인 경관을 선사한다.

제주곶자왈도립공원 탐방로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걷기 좋은 길이다. 주말 4회(오전 10시·11시·오후 1시 30분·2시 30분), 평일 2회(오전 10시·오후 2시) 진행하는 해설 탐방에 참가하면 곶자왈의 신비를 한층 깊이 즐길 수 있다.

모슬포에서 방어, 마라도에서 짬뽕

제주는 바야흐로 방어의 계절이다. 방어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가 가장 맛있는 시기다. 최남단 마라도 인근에서 잡히는 겨울철 방어는 특히 맛이 좋기로 평가받는다. 이달 28일부터 나흘간 모슬포항 일대에서 ‘최남단방어축제’가 예정돼 있다. 방어를 손질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방어회를 맛볼 수 있다. 방어 낚시와 맨손 잡기 체험도 열린다.

지난해 모슬포항에서 열린 '최남단 방어축제'에서 방어 맨손 잡기 체험 참가자들이 방어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모슬포항에서 열린 '최남단 방어축제'에서 방어 맨손 잡기 체험 참가자들이 방어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마라도 짜장면에는 톳과 전복 등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간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마라도 짜장면에는 톳과 전복 등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간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운진항에서 배로 30분 걸린다. 섬에서는 호젓하게 거닐며 바람에 일렁이는 들판과 바다를 눈에 담는다. 오랜 기간 자연이 빚은 해안 절경도 빼놓을 수 없다. 마라도에서는 톳과 해물이 듬뿍 들어간 제주식 짜장면과 짬뽕이 별미다. 해녀가 채취한 바다의 맛이 고스란히 담겼다.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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