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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판사·검사' 탄핵을 배제한 이유

입력
2024.11.21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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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표 선거법 위반사건 1심 판결 전후에 벌어진 찬반 양측의 장외집회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다. 사법부 결정에 대해 지지 또는 비난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 상황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고 사법부를 향해 거센 비난을 쏟아내고 탄핵을 하겠다며 겁박하는 것은 민주주의 근간을 부정하는 일이다.

근년에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치권이 스스로 정치력을 발휘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를 사사건건 사법부에 넘겨서 판단을 구하는 현상을 말한다. 권한쟁의심판이나 탄핵심판과 같은 정치적 성격의 분쟁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문제까지 사법부에 넘겨 판단을 구하려는 어리석은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정치의 사법화가 나타나면 뒤이어 ‘사법의 정치화’가 나타날 우려가 높다. 사법의 정치화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할 사법부가 정치적인 고려를 하며 판단함으로써 사법권 독립이나 정치적 중립이 위협받는 상황을 말한다.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 특히 포퓰리스트 정치가들이 여론을 등에 업고 입법권을 통하여 법원을 권력에 종속시키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삼권분립의 축이 무너져버리고 만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법의 지배이며, 법의 지배는 사법부의 독립을 전제로 할 때만 가능하다. 국회의 다수당이 장외에서 다수 군중을 동원하여 수사나 재판을 담당하는 검찰과 재판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에 큰 위해가 아닐 수 없다. 국회에 의한 탄핵 남발이나 강성 지지자들에 의한 탄핵 청원을 통한 압박도 민주주의의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15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24년간 발의된 탄핵소추안건은 17건인 데 반하여,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13건,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1년도 안 돼 8건의 탄핵안이 발의되었다.

탄핵제도는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고위공직자를 공직에서 파면함으로써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의 지배 원리를 구현하고 헌법과 국가 법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다. 위법행위를 한 공직자를 그 직에서 추방해 권력의 오남용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럼에도 프랑스는 판사와 검사에 대한 의회의 탄핵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의회에 의한 판사와 검사 탄핵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사법권 독립 보장을 위한 권력분립 원칙 때문이다.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함부로 의회 권력에 의한 탄핵을 허용할 경우 판사와 검사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야권의 연이은 탄핵 시도가 위험한 것은 정쟁의 도구로서 탄핵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위공직자 또는 법관이나 검사의 직무를 정지함으로써 사법질서를 방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거친 양극화의 강을 슬기롭게 건너기 위해서는 ‘제도적 자제’의 규범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정치 행위자가 상대방을 타도해야 할 적으로 보고, 최대한 거칠게 밀어붙이는 태도로 일관할 때 민주주의는 숨 쉴 공간을 잃는다. 어제의 야당이 오늘의 여당이 되고, 오늘의 여당은 내일의 야당이 될 수 있다. 제도적 자제를 통한 정치 복원이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를 막고 후퇴하는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발휘하는 길이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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