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오세아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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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전화 통화가 있었다.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의 선박 수출과 보수·수리·정비(MRO) 분야에서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할 의향을 표명했다. 미국에서 운행하는 선박은 미 의회가 1920년 제정한 '존스법(Jones Act)'에 따라 미국 내에서 건조해야 한다. 하지만 MRO는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미 당국의 '함정 정비 협약' 인증을 획득하면 해외에서도 수주할 수 있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지난 8월과 이달에도 미군 7함대 소속 함정의 MRO 사업을 수주했다.
중국이 '해양 굴기'를 기치로 해군력을 급속하게 증강하고 있다. 중국의 함정 수가 미국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물론 항공모함과 잠수함을 비롯한 미국 함정이 질적으로 중국보다 우수하지만, 미국의 MRO 역량 저하로 미군은 함정 운용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당선자가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선업을 언급할 정도로 역내 주요 국가가 안정적으로 MRO를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 일본, 호주가 각자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미 군함의 MRO 수주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공동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협력하기도 한다. 대표 사례가 필리핀 '수빅만(Subic Bay)'에서 협력이다. '수빅만'에서 조선소를 운영하던 한진중공업이 2019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필리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중국이 '수빅 조선소' 인수에 나섰으나, 필리핀 정부와 한진중공업 측의 반대로 인수전 협상에서 탈락했다. 당시 미국 사모펀드(PEF) '서버러스(Cerberus)'와 호주 '오스탈(Austral)'이 경영권을 확보하려 컨소시엄을 구성, 2022년 서버러스와 필리핀 해군이 '수빅 조선조'를 인수하였다.
앞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선박건조와 MRO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한화오션과 필리핀에 수출한 선박의 MRO를 '수빅만'에서 수행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다. 국외에서는 첨단 조선업 역량을 보유한 한국, 일본, 호주 등이 미군 MRO 수주 경쟁에 돌입할 것이다. 그러나 '수빅만' 사례처럼, 중국의 해군력 팽창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전략적으로 협력해야 할 경우도 생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에서 우리의 위상을 높이는 전략적 관점에서도 미국과의 국내외 MRO 협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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