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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경험자의 사회복귀를 돕는 방법

입력
2024.11.21 22: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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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국립암센터 공공보건의료 심포지엄'에 참가한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 등 병원 관계자와 발표자, 토론자, 암경험자들. 국립암센터 제공

'제6회 국립암센터 공공보건의료 심포지엄'에 참가한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 등 병원 관계자와 발표자, 토론자, 암경험자들. 국립암센터 제공

지난 20일 국립암센터가 주최한 ‘제6회 국립암센터 공공보건의료 심포지엄’에 다녀왔다. 심포지엄 주제인 ‘암환자 사회복귀와 경제활동’이 내가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캔프협동조합의 주요 관심사여서 발표와 토론을 흥미롭게 들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암 경험자 243만 명 중 치료 때문에 일을 중단했다가 치료 후에도 취업에 실패한 사람이 70%에 이른다는 통계가 눈길을 끌었다. 암 경험자의 재취업, 사회복귀가 저조한 이유로는 신체 건강의 문제, 우울 불안과 같은 정서적 문제, 재발에 대한 두려움, 암 환자는 제 역할을 못할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 국가 차원의 암 경험자 지원 프로그램의 부족 등이 꼽혔다.

심포지엄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것처럼 암 경험자의 경력단절이나 사회복귀 실패는 개인적으로도 국가경제 측면에서도 큰 손실이다. 정부의 제3차 암관리종합계획(2016~2020년)에는 암 예방, 검진, 진단, 치료의 수준을 넘어 암 치료 이후의 삶을 돕는 ‘암 생존자 통합 지지’라는 개념이 포함돼 있는데, 암으로 인한 경력단절 극복이 핵심 내용이다.

국립암센터가 2018년 시작한 암 경험자 사회복귀 지원사업을 통해 설립된 암환자 사회적협동조합 다시시작의 안연원 이사장을 심포지엄 현장에서 만났다. 1999년 유방암 첫 진단을 받은 이후 재발 등을 겪었던 안 이사장에게서 긍정 에너지와 열정이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항암치료 중인 환자를 위한 건강(저자극) 비누를 제작 판매하고 암경험자 커뮤니티 운영, 창업-일자리 제공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립암센터의 암 경험자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라우라픽을 설립한 나미란 대표는 유방암 3년 차인 사진작가다. 암을 겪으면서 느꼈던 삶의 의미를 실천하고 싶어 회사를 만들었다고 했다. 개인적인 작품 활동도 하지만 암 경험자들이 힐링이 되는 사진 강의를 하고, 직접 사진을 찍어줄 때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삭발을 하고 진하게 화장을 한 얼굴 사진을 새긴 명함이 인상적이었다.

안 이사장이나 나 대표처럼 암을 긍정적인 삶의 계기로 반전시키는 암 경험자는 많지 않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재발에 대한 두려움과 타인의 편견 때문에 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암 치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겪는 경력 단절은 개인적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쉽지 않다. 국립암센터 같은 정부, 공공기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암 경험자와 가족들이 조합원인 캔프협동조합의 홍유진 이사장은 패널 토론에서 “스위스, 독일처럼 암 치료 중에도 기존 월급을 받으면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을 보장하는 법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며 “암 경험자의 상황, 필요에 따라 맞춤형 사회복귀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지역사회 지원 연계, 자조-자립활동 지원, 네트워크 활동 지원, 사회적경제기업 발굴 육성 등을 통해 암 경험자의 사회복귀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국립암센터의 내년 목표가 꼭 현실로 이뤄졌으면 좋겠다.

“암환자의 성공적인 사회복귀와 사회적 책임 구현을 위한 제도적 지원방안 및 사업을 제시해 암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희망을 주겠다”는 국립암센터 양한광 원장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홍헌표 캔서앤서(CancerAnswe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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