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핵심 인사가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언론 보도에 기획재정부가 곧장 반박 자료를 냈다. 재계 초미의 관심사인 상법 개정을 두고는 두 금융당국 수장이 180도 다른 입장을 냈다. 똘똘 뭉쳐 한목소리를 내도 부족할 판에 중구난방으로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고 있는 정부의 현주소다.
정부의 자화자찬과 달리 밑바닥 경제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지금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건전 재정’을 고수해온 정부가 세입 확충 대책은 전혀 없이 추경 카드부터 꺼내든 건 정당성 확보가 쉽지 않다. 더구나 내년 본예산조차 아직 국회에서 처리되기 전이다. 기재부가 언론 보도 직후인 22일 “내년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실의 추경 검토 언급은 단순히 경기 부양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후반기 국정 목표로 꺼내든 ‘양극화 해소’의 재원 조달을 위한 애드벌룬 성격이 더 강해 보인다. 양극화 해소야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라 해도, 본예산에 담지 못할 만큼 급조한 정책임을 자인하는 격이다. 이러니 대통령실과 예산부처가 충분한 조율도 못한 채 좌충우돌 딴소리를 내는 것 아니겠는가.
회사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을 두고는 금융당국 내에서조차 메시지가 엇갈린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어제 “법 개정은 부작용이 많아 신중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수차례 개정 필요성을 역설해온 걸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2인3각으로 움직여야 할 금융당국 수장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이 또한 윤 대통령이 연초 "이사회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있게 반영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게 시작이었다. 옳은 방향의 정책이라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내지르고 관련 부처들이 뒷수습을 하는 구조에서 필연적으로 노출되는 부작용이기도 할 것이다.
정부 안에서야 얼마든 의견 대립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하나의 목소리여야 한다. 후반기 국정 운영에 신뢰를 얻자면 이런 내부 소통 혼선부터 다잡기 바란다. 정책 컨트롤타워의 재건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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